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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 칼럼] 저출산 대책이 아쉽다

 

3년 전인 2006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저출산 대책, 무엇이 핵심인가’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저출산 최고 해법은 남녀평등”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성평등 환경은 남녀 모두에게 일자리가 평등하게 주어지는지와 육아와 가사 부담을 가진 여성이 취업의 기회가 남자와 같은 형태로 제공되는지 등의 여부가 관건이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정착되면 저출산 문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연구소의 이같은 의견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나라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가사와 육아 등 가정일은 여자가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는 공통적으로 출산율이 낮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70년대부터 저출산 대책을 사용한 선진국 가운데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프랑스, 벨기에, 미국, 캐나다 등 성평등 문화가 자리잡은 나라들은 출산율 회복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소측은 선진국들이 저출산 대책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양성평등 환경 조성과 함께 자녀양육비용 줄이기, 보육환경 개선 등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운영한다면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 수)을 1.5명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정부와 지방정부는 그동안 어떠한 저출산 대책을 써 왔을까. 그러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한 것은 임산부들에게 거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현실감 떨어지는 정책들이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저출산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은 한결같이 ‘남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몇십만원 준다고 아기 낳을 사람이 있겠는가.

정부는 2020년 출산율 1.6명을 목표로 지난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현재 신혼부부 보금자리 마련 지원, 임산부에 대한 출산 전 진료비 지원 등 96개의 세부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눈에 들어오는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기도도 시험관아기 시술비용 지원, 가정보육 교사제, 아이돌보미 사업, 꿈나무 안심학교 등을 시행중이지만 영·유아기 지원에 그치고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도내 지방차지단체의 출산장려금 지원규모도 대부분이 몇십만원에 머물러 현실적이지 못한데다 지자체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조사한 도내 31개 시·군의 출산장려금 지급 실태를 보면 광주시와 출산용품을 지급하는 의정부시를 제외한 29개 시·군이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급 기준과 금액은 시·군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려금 지급 29개 시·군 가운데 10개 시·군은 둘째아이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고 나머지 19개 시.군은 셋째아이 이상부터 장려금을 주고 있다. 장려금의 규모도 천차만별이어서 둘째아이에게 장려금을 지급하는 시·군 가운데 시흥시는 10만원을 주는 반면 군포시와 화성시 등은 50만원을 지원한다. 셋째아이에 대한 출산장려금도 고양시는 20만원인데 비해 이천시, 용인시, 여주군 등은 100만원을 주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0월15일 발간한 ‘저출산 대응 주요정책의 현황 및 과제’ 보고서에서 저출산 관련 정부 정책들의 실효성이 낮아 저출산 극복 효과는 미약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들쭉날쭉 현실에도 맞지 않는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 관계자들 조차도 “병원비에도 못 미치는 출산장려금 지급 등으로 지방 중소도시의 인구를 늘리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임신 상태인 부부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으로 보금자리주택을 분양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저출산 대책은 소규모이고 재정여건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일원화·체계화 해 재정지원을 확대함으로써 출산 가정에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을 주어야 곤두박질 치고 있는 출산률을 그나마 끌어 올릴 수 있다.

저출산 대책은 재정을 수반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저출산 대책을 정부사업의 상위 순위에 올려 놓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래야 부처 이기주의 없이 대책추진이 원활해 질 수 있다. 미래기획위원회가 25일 발표한 저출산 대책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범 정부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이제 몇십만원 건네주고 마는 저출산 대책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저출산 대책은 정부가 챙겨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평등 문화를 만들어 가는 사회적 약속이다. 저출산 문제는 국가 존립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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