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명사칼럼] 샌드위치 코리아에서 선진통상국으로

한미FTA 돌파구 마련
피할수 없는 시류 도전해야

 

11월 30일은 무역의 날이었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1964년 11월 30일을 기념해 제정됐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무역대국에 올라 있다. GDP가 8000억 달러인데 무역규모가 6000억 달러를 넘어 무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제 구조이다. 사실 한국과 같은 조그만 내수 시장에서 세계 조선업계 1위부터 3위까지 선두를 휩쓸고 있고 자동차 생산량이 연간 350만 대를 넘는다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이같은 성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자 도입을 통한 수출 주도형 경제 운용 정책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도 학생운동 시절에는 한국 경제를 파행적인 구조라며 비판했다. 수많은 진보적 교수들과 이에 영향을 받은 운동권 학생들도 한국 경제가 당장 거덜날 것처럼 보았다. 그러나 석유 한방울 나지 않을 정도로 부존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을 돌아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늘날 한국과 멕시코의 상황을 돌이켜보건대 당시 우리의 논리가 이데올로기적 편향에 기초하여 사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데 실패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고 반성해본다.

멕시코는 한반도의 9배, 남한의 20배 크기의 영토에 1억 명의 인구를 가진 대국으로 엄청난 원유 매장량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산업 기반은 우리보다 취약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1960년대에 WTO의 전신인 GATT에 가입했으나, 멕시코는 1986년에야 가입했을 정도로 폐쇄적인 경제 정책을 운용했기 때문이다. 장기간 폐쇄 경제를 이어오던 멕시코는 뒤늦게 개방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멕시코의 수입대체산업은 주로 노동집약적 산업인 신발, 섬유 등인데,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중국 상품이 물밀듯이 들어오며 멕시코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만일 멕시코가 나프타라도 체결하지 않았더라면 중국 상품에 밀려 미국 시장에서도 배제되었을 것이다. 나프타를 체결했음에도 현재 미국시장 1위를 캐나다, 2위를 중국에 내주며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더 이상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샌드위치 코리아’라는 신종어처럼 고효율의 일본과 저코스트의 중국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중국 경제권에 흡수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한편으로, 일본산 핵심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수익을 고스란히 갖다바치는 가마우지 경제구조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성장 모델을 쫓아 토대를 이룬 바탕 위에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일본을 넘어설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나는 ‘중일 샌드위치’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한-미 FTA를 성사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자 최고의 시장이다. 한-미 FTA는 경제의 대중국 의존을 약화시키고 대일 관계에서는 미국 시장에서의 우위성 확보와 일본에 의존했던 핵심 부품을 조달하는 효과가 있다.

FTA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가 선점하여 개척해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후발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예전에는 선진국이 시행착오를 통해 검증한 기술을 재빨리 수용하여 생산요소 투입을 증가해 생산하면 따라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동일한 경쟁선상에 놓여 있다. 이제 대한민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분업 질서 속에서 어떠한 역할 분담을 하고 어느 단계의 산업을 담당하며 어떤 부가가치를 생산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우리가 국제적 분업 질서 속에서 더욱 높은 단계로 수평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키고 창조지식경제의 구조를 확립해야만 한다. 교육을 통해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고 지식 서비스 산업을 육성시켜야 한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틀 안에서 성장과 분배, 양극화 해소에 대해 논쟁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계 경제 속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을 바라보고 성장 전략을 짜야 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높은 교육열과 도전 정신, 그리고 개방을 통해 성공의 길을 걸어 왔다. 개방은 새로운 기회이다. 일본보다 늦게 구미국가와 통상 협정을 체결해 을사늑약을 맺는 수모를 당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전해야 한다. 선진통상국가로 국제 경쟁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높여 선진국 문턱을 뛰어넘는 신화 창조에 나서야 할 것이다.

프로필
▶1963년 전남 고흥 출생
▶1988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97년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시작
▶2000~2008년 제16·17대 국회의원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인천 계양을·민주당)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