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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중국의 사극이 전달하는 메시지

소수민족문제·빈부차 직면
위대한 中건설 이념 주입

 

중국의 CCTV를 비롯한 각 성의 방송국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부쩍 장대한 사극을 방영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 일본이 중국에 막대한 자본은 투자하여 ‘돈황’과 같은 장대한 사극을 만들던 시절이 끝나고 이제는 중국이 자체 역량으로 장대한 사극을 제작할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필자는 최근 케이블 TV를 통해 몇 편의 중국 사극을 보았다. CCTV에서 제작한 ‘옹정왕조(1997)’, ‘강희왕조(2000)’, ‘건륭왕조(2002)’, ‘교가대원(2005)’, ‘한무대제(2003)’, ‘주원장(2006)’, ‘월왕구천(2007)’과 섬서성 방송국에서 2006년에 제작한 ‘대진제국’이 바로 그것들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최근 10여년 간에 제작한 이런 사극들은 과거에 자주 방영하던 홍군의 영웅적 투쟁과 공산당의 헌신적인 대민 활동을 그린 드라마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너무 자주 방영해서 시청자를 짜증나게 만들고, 스토리의 전개가 뻔히 예견되는 도식성을 가지고 있어서 식상하게 만들던 드라마에 비해 훨씬 재미있었다. 탕궈창, 천바오궈 등 주연급 배우들은 연기력이 탁월했으며, 박진감 넘치는 사건과 갈등으로 매회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천쟈린, 후메이, 황지안중 등의 연출력 또한 뛰어났다.

이러한 중국의 사극 속에는 필자가 보기에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예컨대 봉건 전제군주와 그 측근들은 모두가 인민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며, 개혁에 대한 용기와 함께 결단력을 갖춘 인물이고,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시련을 감내하며 미래를 향해 불굴의 의지로 전진하는 영웅들로 그려져 있었다. 또 인간 도살자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잔혹했던 주원장은 왕조의 기틀을 닦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패한 공신들을 읍참마속하는 사려깊은 인물로 그려지며, 가혹한 법률로 인민의 수족을 묶고 지식인을 탄압했던 진효공과 위앙(상앙)은 수구공신에 맞서 인민에 대한 끝없는 사랑의 법률을 펼치면서 통일천하의 초석을 놓은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강희, 옹정, 건륭 황제는 한족의 뛰어난 인물들을 만주족보다 훨씬 더 아끼고 사랑한 성군으로, 이들이 펼친 독재와 살인은 애국과 위민이라는 큰 명분 속에서 이루어진 가슴 아픈 일로 바뀌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패턴의 현재적 의미는 무엇일까? 현재 중국이 당면해 있는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첫째가 계층간의 위화감 문제이고, 둘째가 시장(티벹)과 위구르의 소수민족 문제이다. 소수의 갑부와 다수의 극빈자가 공존하고, 내륙과 북쪽으로 갈수록 가난한 동서남북 간의 개발격차는 중국을 언제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지 모르는 화약고이다. 또 최근 티벹과 위구르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서 보듯 종교, 인종, 풍속이 한족과 다르고 역사적으로 자치권을 누렸던 티벹과 위구르 지역의 독립운동은 중화제국 해체를 촉발시킬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이 두 문제에 대처하는 공산당의 리더십과 사극들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중국의 사극들은 과거의 위대한 인물들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중화제국을 건설했듯이 지금 공산당 역시 그렇게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의 발전을 보라. 빈부격차와 소수민족 문제는 사극에서 볼 수 있듯 개혁과 발전에 따른 부차적 희생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인민들은 공산당과 함께 고통을 견디고 난관을 돌파하여 다시 위대한 중국을 건설하자는 메시지를 사극은 무언 중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필
▶1953년 경북 예천 출생
▶1981년 서울대 문리대학원 박사 졸업
▶1992년~현재 인하대학교 교수
▶2008년~현재 문학과 지성사 대표이사
▶2009년~현재 인하대학교 문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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