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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무상급식·세종시, 포퓰리즘 쯤으로 본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무상급식 연구 용역 중간보고서’를 도의회에 제출했다. 초등학교 급식비 지원 예산안이 도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보고서에는 도내 215개교의 학부모 1천756명, 교직원 1천518명, 학생 1천123명 등 모두 4천39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예상했던 대로 학교급식에 찬성한다는 학부모와 교직원은 80%대를 웃돌았다. 그러나 무상급식에 찬성한다는 학생들은 64%선에 머물고 있다.

급식비를 직접 부담하고 있는 학부모 입장에서 급식비를 지원해 준다는데 이를 마다할 학부모가 어디에 있겠는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교육 수장이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반대할 직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처럼 결과가 빤히 들여다 보이는 여론조사 결과로 도의회를 압박하는 경기도교육청은 도의회보다 한 수 위의 정치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도의회 의원들도 주민들의 표를 먹고 사는 여론의 풍향에 힘 없는 존재이고 보면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대는 도교육청의 행동은 지극히 정치적인 집단으로 이해된다. 단지 무상급식에 찬성한다는 학생들이 학부모나 교직원의 그것보다 낮다는 조사결과에 대해 도교육청은 곰곰히 생각해 봤으면 한다.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일 도 교육청이 요구한 초등학교 무상급식 확대를 위한 예산 650억원을 전액 삭감, 예비비로 전환하는 내용의 수정예산안을 의결했다. 무상급식비는 도내 초등학교 5~6학년 45만명 전원에게 점심을 무상으로 주기 위한 예산이다. 급식비 삭감안은 예결위 심의와 오는 16일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수정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도 교육청의 내년도 초등학교 무상급식 확대 계획은 또 한번 무산되는 셈이다.

도교육청은 김상곤 교육감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일괄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하고 추경예산안에 17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도교육위원회와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50%씩 모두 삭감당한 바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공약사업인 경기도내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편성을 놓고 경기도교육청과 도의회간 ‘2라운드 공방전’이 시작된 것이다.

경기도내 많은 학부모와 교직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무상급식을 오히려 민의의 전당이라는 도의회가 반대한다며 압박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경기도내 수 많은 학부모들이 표로 집결된다면 차기 교육감 선거는 물론 도지사 선거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정치적 중립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경기도교육청의 정치적 계산이 이 정도라면 곤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경기도교육청이 관철할려고 하는 학교 무료급식 사업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김 지사는 2일 도청 직원 대상 월례조회에서 “학교는 밥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이 제일 중요하다. 학교가 무료급식소는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훌륭한 선생님 모시기, 과학기자재 구입하기 등에 예산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써야 하는데 온통 무료급식해서 밥먹이고 치우자고 한다”며 “이것이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다”라고 주장했다.

나라를 들쑤셔 놓고 있는 세종시 문제의 근본 원인을 표퓰리즘에서 찾는 이가 많다. 충남도지사는 “충청인의 영혼과 자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지사 직을 던지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그렇다면 세종시 수정은 충청인의 자존심을 크게 훼손하는 것일까. 자족기능 없이 행정부처만 옮겨가도 상상했던 만큼 충청도지역이 풍요로워 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의도는 지역정서를 앞세워 차기 선거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세종시가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보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지난 1일 대구 경북대학교 제4합동 강의실에서 열린 특강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학생의 질문을 받고 “지난 정부에서 수도분할을 추진한 것은 표를 계산하고 한 것이 아니냐“면서 “포퓰리즘으로 수도분할이 강행된다면 이에 따른 피해는 모두 여러분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의 우선순위를 무시하고 초등학생에게 공짜로 급식을 하자는 경기도교육청이나 정부기관을 세종시에 나눠주는 원안을 그대로 추진하자는 정치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본다. 다 포퓰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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