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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작은 나눔, 기적을 만든다

위로·사랑이 필요한 병원
또다른 신지애 만들수도

 

아침 간부회의 자료에 대회협력실에서 나온 이번 달 행사 계획이 있었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이라 그런지 환자를 위로하는 행사가 많이 눈에 띈다. 외부에서 환자를 위로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모임이 많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병원에서 일하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항상 이때 같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를 보낼 때마다 갖는다.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하면 우선 경제적 어려움을 생각하지만 실제적으로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은 건강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환자 자신은 말할 것도 없지만 옆에서 내색도 못하며 겪는 가족들의 고통, 그 과정에서의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가정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을 위로하고, 사랑을 나누는 일이야 말로 이 사회를 따듯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고, 병원은 위로받고 사랑 나눔을 기다리는 대상이 많은 곳이기에 많은 행사가 치러지는 곳이 된다.

나눔은 작은 것에서 시작되며 작은 것이 큰 감동을 주는 것을 병원에서 흔히 경험한다. 병원에서 매월 친절 직원을 선정하여 포상하는데, 선정 방법은 대개 환자들이 보내준 편지나 메일, 또 소리함에 들어있는 것들을 기본으로 결정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환자들이 쓴 내용은 너무나 소박하다. 상을 받은 직원들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언제나 비슷하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이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만 그 일을 하는데 사랑을 가지고 정성으로 했고, 병원이라는 특수한 장소였기에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고, 환자이기 때문에 작은 사랑과 정성에 큰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작은 것이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항상 느낀다.

필자가 참여하는, 병원의 한 동아리도 연말을 맞아 환자 위로를 위한 조그만 준비를 하고 있다. 같이 모여 준비해야 하는데 서로 근무하는 시간이 다르고, 또 급한 환자가 오거나 일이 생기면 중간에 나가야 하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피곤한 몸이지만 준비하러 모이는 직원들이 고맙다. 두 시간 여의 연습이 끝나면 직원들은 거의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지쳐있는 그들에게 어느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특별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신지애 선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올해 신인상, 상금액수 최고상, 최다 우승상 등을 받으며 골프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21세의 신지애 선수, 지금까지의 수상 내용, 연습 과정, 짜릿했던 승부처 등을 자세히 방영해 주었다. 지금까지의 고통스런 연습 등에 관한 이야기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했지만, 필자에게 콱 와 닿는 내용이 있었다.

신 선수가 15세였던 어느 날 어머니와 두 동생을 태우고 가던 승용차가 트럭과 부딪치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두 동생이 중상을 입었다. 어린 신지애가 이 과정을 이겨내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녀는 이겨냈고 그 과정을 담담히 이야기하였다. 그 이야기 중의 한 부분이다.

“어머님은 돌아가셨지만 중상으로 투병하고 있는 두 동생 중 만약에 한 명에게라도 불행한 일이 닥쳤다면 (신 선수는 이 말을 하면서 죽음이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았다) 오늘의 신지애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 말은 나에게 ‘우리가 병원에서 하고 있는 일이 또 다른 신지애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위대한 신지애를 버릴 수도 있는 일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과 함께 큰 도전이 되었다.

이야기에 빠져드는 우리 동아리원들에게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기적을 만드는 현장에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작은 마음씀이 기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기적의 가능성을 가진 환우들이나 가족들에게 우리는 작지만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를 맺었다.

연습에 지쳐있던 우리 회원들의 눈망울에서 빛이 남을 느끼며, 우리의 준비가 환자들에게 또 하나의 위로와 소망을 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프로필
▶1949년 충북 청원 출생
▶1985년 서울대학교 의학박사(소아과학)
▶2007년~2009년5월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이사장
▶2008년~현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장/의학전문대학원장,
환경부지정 인하대병원 알레르기질환 환경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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