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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절제와 품격, 견제와 균형의 새해되길

올해의 사자성어 방기곡경
명검도 흉기가 될수 있다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방기곡경’은 바른길을 좇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것을 비유할 때 주로 쓰인다. 2009년의 상황을 나름대로 잘 반영한 말이라는 생각이다.

2009년 한해 김수환 추기경과 두 분의 대통령이 서거하는 슬픔을 겪었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김대중 대통령은 현 시국을 3대위기로 규정하였다.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의 위기가 그것이다. 나는 여기에 법치주의 위기를 하나 더 첨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법무부 등 업무보고에 이명박 대통령이 엄격한 법집행과 검찰수사를 당부하였다고 한다. 그 법치주의 명목으로 지난 1월 20일 엄동설한에 용산상가 철거민들을 강제진압하면서 6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어서 박연차 태광실업 사장 수사를 노무현 대통령과 연결시켜 무리한 수사를 하다가 전직 대통령이 자살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또다시 참여정부 인사인 한명숙 전 총리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5천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이유로 불구속기소 하였다. 여기에 제1야당의 대표인 정세균 대표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모든 행위들이 엄정한 법집행, 법치주의 확립이란 명목으로 진행되고 있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법적용의 공평성이다. 소수 특권층에게만 평등한 법이 아니라 전체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법집행이어야 한다. 오히려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자세로 서민과 약자의 편에서 법적용 및 집행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과연 현실은 그러한가? 일단 대통령관련 주변사람들에 대해 법의 성역이 만들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대통령 본인은 물론이고 사돈기업 효성의 각종 비자금 조성, 해외부동산구입 의혹, 대통령 사위의 주가조작 의혹, 이 대통령 측근인 천신일 의혹 등이 제대로 속시원하게 수사가 되지 않고 묻혀가고 있다. 최근 안원구 국세청 국장 구속과 관련하여 드러난 한상률 전 국세청장관련 사건도 제대로 수사가 안 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계속된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 KBS 정연주 사장 해고는 위법하고,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을 해임도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이어졌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청와대나 각 부처의 권한남용 등을 견제해야할 국회는 한나라당에 의해 완벽하게 장악되어 있다.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바로 국회가 되는 상황이다. 제1야당 민주당의 의석수는 장관 해임결의 통과는 커녕 결의안을 발의할 100석도 안된다. 때문에 행정부처 장관이나 검찰은 국회 눈치 볼 필요 없이 청와대에만 잘 보이면 된다. 언론도 YTN, KBS에 이어서 MBC까지 대부분 장악되었다. 조중동이나 다른 신문들도 종합편성방송채널을 받으려고 충성경쟁이다. 현 정권은 내년 6월 2일 지방선거일까지 충성경쟁을 유도하려는 듯 종편허가에 뜸을 들이고 있다. 언론이 이러하니 권력은 더욱 통제되지 않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부정부패는 자라나고 그 피해는 국민 전체에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번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에 출두할 때 변호사 자격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조사 시 입회하였다. 부패혐의로 한 기업인을 인질처럼 구속시켜놓고 각종 약점을 잡아 협상하여 억지로 끌어낸 진술로 전 정권 인사들을 옭아매는 검찰권 행사는 아무래도 옹졸해 보인다. 계좌나 영수증, 환전기록 등 물적 증거 없이 진술증거만으로 굳이 전직 총리를 불러내 창피를 주고 기소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검사실에 들어가 보니 임채진 검찰총장이 제시하였다는 검찰복무지침이 걸려있다.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이다. 검찰권 행사는 절제와 품격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피부로 느끼는 것이 권력의 사유화이다. 법과 절차가 지켜지지 않는다. 불도저처럼 길도 무시하고 옆집 담벼락도 무너뜨리고 보리밭, 채소밭도 밟아버리면서 지나간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엑셀레이터만 잘 작동되고 브레이크가 없으면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다. 새해에는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가 같이 작동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프로필
▶1963년 전남 고흥 출생
▶1988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97년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시작
▶2000~2008년 제16·17대 국회의원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인천 계양을·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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