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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새해, 행복 일구자

행복 찾으려는 의지가 중요
배움의 즐거움도 경험해야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가 독자 여러분들의 가슴에 품은 소망을 모두 이루시는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첫 해돋이를 구경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바다나 산을 찾았는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참 부질없는 짓이다. 46억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래 태양은 어김없이 떠올랐고 수십억년 후에도 그럴 것이다. 과학적으로 2009년 12월 31일 해돋이가 2010년 1월 1일 해돋이와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새해 첫 해돋이에 마음이 설레는 이유는 떠오르는 해를 보며 지금과는 다른 무엇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소망하기 때문이 아닐까? 필자도 새해를 맞아 몇 가지 소망을 적어본다.

새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행복처럼 추상적이고 정의하기 어려운 것도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왜 사랑, 행복, 우정처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모두 구체적이지 않고 주관적이며 추상적일까? 근래에는 GNP나 GDP보다 국민의 행복 정도를 나타내는 국가행복지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작년 발표된 한국의 국가행복지수는 OECD 30개국 가운데 25위로 선진국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국가행복지수가 국민의 행복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논란이 많지만 우리 국민이 다른 선진국 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행복감을 느끼며 산다는 주장에는 필자도 공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까? 서점에 나가보면 행복해지는 방법을 소개한 책들은 무수히 많다. 우리 국민들이 행복 안내서를 읽지 않아 덜 행복한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을 얻는 방법을 아는 것보다 과거 행복했던 경험, 앞으로 더 행복해지려는 의지 및 실천이 중요한데 이런 점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돈, 권력, 지위, 미모로는 행복하기 어렵고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은 진리이다. 얼마 전 읽은 법정 스님의 수필집에 나온 일화가 생각난다. 남미 콜롬비아의 인디오들이 원시적인 도구로 나무를 베는 것을 본 한 유럽 백인이 나무를 단번에 베는 큰 도끼를 선물하였다. 이 백인은 도끼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궁금해 다음 해 다시 인디오 마을을 찾았다. 전보다 더 많은 나무를 베게 되어서인지 인디오들은 행복해 보였다. 실상 인디오들은 나무를 빨리 베고 더 많은 휴식을 누리게 되어 좋아한 것이다. 인디오들은 일보다 삶을 즐길 줄 알았다. 짧은 일화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종종 행복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희생하며 살아간다. 노래 한 곡, 들꽃 한 송이, 차 한 잔, 남에 대한 배려와 양보, 느긋함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새해에는 학생들에게 배우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 한국은 고등학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이상한 나라다. 우리는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대학 졸업장이 취업과 성공에 대한 보증수표가 아닌데도 대학을 가려한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생각없이 입학해서 생각없이 졸업한다. 때문에 우리 학생들 가운데 대부분은 배우는 즐거움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채 공부에 휘둘리다가 사회에 진출하는데 이를 지켜보는 필자는 매우 안타깝다. 교육의 목표는 자기 정체성의 확립이라고 본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게 좋은 교육이다. 자기를 정확히 안다면 성공의 기회가 주어지고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이 중요하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내 자신을 아는 한 해가 되기 바란다.

이외에도 새해에는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새해에는 국회의원들이 정신을 차려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지금보다 열심히 일해 주었으면 좋겠다. 필자도 한 살 더 먹은 만큼 제대로 어른스러워졌으면 좋겠다.

프로필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1990년 美캘리포니아대학 물리학 박사
▶1990년~현재 아주대학교 자연과학부 교수
▶2006~2008년 아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2007년~현재 한국물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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