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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새로운 정신문화

유교 21세기에 적합한가
新정신문화·사상 필요

 

우리의 대기업이 지난 한 해 10조원 이상의 수익을 낳았다고 한다. 과정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어찌되었든 국가경제 측면에서 축하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여 가고 있음에 주목한다. 그러한 지표나 결과에 이르게 된 데에는 한두 가지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이 작용하였을 것이고, 또한 그러한 상승세의 무드가 얼마나 지속될 지에 대해서도 감히 점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나라가 퇴보적이거나, 후퇴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서 역동적이고, 발전적으로 세계무대에서 발돋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 기운에 국가적인 면에서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과거 그리스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을 당시 그리스에는 수많은 철학자, 과학자들이 서양철학과 과학의 근저를 이루는 금자탑을 이룩한 바 있었다. 중세의 암울한 시기를 벗어나서 화려한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데에는 종교를 개혁함으로써 새시대를 맞는 정신혁명의 뒷받침이 있었다. 미국은 청교도의 실험정신과, 로크의 자유사상, 그리고 공리주의에 토대한 개척정신이 국가를 설립하는 데 기초를 제공했고, 20세기에 와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망명한 수많은 학자들이 하나의 학파를 형성하면서 미국에 풍부한 정신문화의 터전을 제공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들 정신문화의 사상들은 정치권력을 유지하는 양태로 작용하는 면도 있긴 했지만, 국민들에게 있어서는 정신적인 안정과 나아갈 지향점을 제공해 주었고, 이것은 국가의 존립과 발전에 단단한 터전을 마련해 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도록 불교문화의 영향하에 있었고, 고려말기 이후 유입된 유교문화는 지금까지 우리 문화의 가장 핵심적인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컨대 대표적으로 삼강(三綱)은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 즉 임금과 신하, 어버이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하고, 오륜(五倫)은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을 덕목으로 하는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을 그 내용으로 한다. 이들은 국가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부인은 남편을 따르며, 어른을 공경하고, 사람간에 믿음을 지켜야 하는 등의 우리에게 친숙한 덕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유교문화의 사상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합한 것인지 나는 감히 단언하기 어렵다. 어린 시절 나는 어른들의 이야기에 말대답은 생각도 하지 못했으며, 부부간의 이혼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여기며 자랐다. 그 시절에 유교문화는 분명 그 역할을 다했던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사상은 시대를 뛰어넘어 훌륭한 사상이자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고, 개인주의 사상이 팽배해 있으며, 자유분방한 작금의 세대에게 유교문화를 강제로 이식시키는 것만이 능사일까. 착한 사람보다는 능력있는 사람이 우대받고, 신선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필요한 세상, 남녀의 차별이 없어지고, 세계화에 국가의 틀이 무너지고 있는 글로벌사회에서 구태의연한 유교에 토대한 도덕만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에 걸맞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다음 세대에게 있어 삼강오륜과 같은 덕목이 떠나고 남은 정신적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물질을 채우기 위하여 너무 바쁜 것은 아닐까. 우리가 차세대에 세계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었다고 가정할 때, 우리는 어떤 문화와 사상을 세계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우리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정신적인 언덕은 무엇인가. 서양의 문화를 모방하고 답습하는 것이 우리의 사상이 되어 있을까. 기독교정신이 느슨해지고 철학이 부재한 작금의 미국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정신적인 기반이 약해서는 아닐까.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풍부한 정신문화를 지니고 있음이 국가발전과 사상적 기반이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부분을 고려한다면 세계의 중심에 우리나라가 우뚝 서는 날, 그 중심을 받쳐줄 수 있는 정신문화와 사상을 개척하고 다듬어 나가는 것은 매우 필요하고도 절실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정신혁명은 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와 사회,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프로필
▶1967년 경기 수원 출생
▶1993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1년 4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33기)
▶2004년~현재 변호사
▶2009년 현재 수원지방변호사회 제2공보이사, 경기대학교 법과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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