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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연약한 우리의 위대함을 위하여

사랑과 희망의 씨앗심기
작은 일상으로 전염되길

 

새해 첫날 부푼 가슴으로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가도 어느새 나른한 일상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이처럼 참으로 연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서로 연약함을 인정하고 보듬어주며, 위로해주고 손잡아 일으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마음 한 구석에 욕심과 이기심의 보따리를 차고 있지만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으면 금새 가슴이 뜨거워지고 타인에 대한 사랑이 솟아나는 감성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늘 서로 사랑을 나누고 희망을 이야기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연약한 우리가 다시 일어서고, 부끄러운 우리가 다른 사람의 삶에 감동받아 연쇄적으로 사랑과 희망의 물결이 퍼져나가도록 한다.

요즘 필자는 어둡고 척박한 아프리카 수단의 땅에 신부님으로, 의사로 사랑과 희망을 심다가 하늘로 가신 이태석 신부님의 삶 때문에 계속 마음이 훈훈하다. 한 사람의 위대한 삶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이처럼 주위에 아름다운 전염을 일으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쉽게 갈 수 있는 편한 길을 버리고 외롭고 의로운 길을 가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사랑과 진리에 대한 신념이 있었기에 그 길을 걸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제대로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수단 주민들을 본 후 톤즈마을에 파견을 자청하여 운명처럼 그곳으로 다가서신 신부님. 2001년 아프리카로 간 신부님은 병마가 그를 쓰러뜨릴 때까지 병원을 세우고, 병에 걸린 원주민들을 치료하며 학교와 기숙사를 세워 톤즈마을 주민들의 영혼을 보듬어 주셨다. 20년이 넘는 동안 계속된 내전으로 마음과 영혼마저 지쳐있는 그들에게 신부님은 사랑과 희망의 싹을 심었다. 그리하여 그들의 마음 속 깊이 감추어져 있던 웃음을 다시 이끌어내는 사랑의 기적을 이루었다.

이 신부님은 아프리카 수단 사람들에게뿐 아니라 각박한 우리들의 마음 밭에도 희망과 사랑을 심었다. 신부님의 사랑에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여 그 사랑을 이어가기 위하여 나서고 있다.

우리들은 눈부신 경제기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풍족한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남보다 더 가지지 못해 안달이고 아파트 평수에 따라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며 수천만원을 주고 SAT 시험지를 빼돌려서라도 자녀를 명문대학에 유학시키려고 하는 가난한 마음들이다. 물질적 풍요 뒤에 숨은 가난한 마음은 더 많은 갈증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는 시험문제를 빼돌려 자녀에게 좋은 대학의 기회를 줄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물려주어야 한다. 가난함으로 인하여 겪는 불편함은 충분히 견딜만한 가치가 있고, 그 견딤을 통하여 가진 것에 대한 감사와 타인에 대한 나눔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타인능해(他人能解)’의 쌀 뒤주를 두고 누구나 양식없는 자가 와서 쌀 뒤주의 마개를 열고 쌀을 퍼갈 수 있도록 하였다. 뒤주의 위치도 집 주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놓아두어 쌀을 가져가는 이가 마음 편하도록 배려하였다. 나눔의 마음도 훌륭하지만, 그 나눔에 있어 다른 사람 심정까지 헤아리는 배려가 더욱 아름답다.

우리는 작은 일상에서 희망을 심고, 사랑을 나눔으로써 연약한 우리의 한계를 벗어나 주의를 변화시키는 위대한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당장 교차로에서 꼬리물기를 하지 않는 작은 배려, 상처입은 이웃에게 따뜻한 웃음을 건네는 것으로부터 위대한 사랑과 희망이 움트기 시작하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은 잘 사는 것을 최고의 화두로 삼고 경기회복을 위하여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 사랑과 희망의 싹이 자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먼 아프리카 오지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매일의 일상 속에서 진정 위대하고 아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1964년 전북 순창 출생
▶1987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6년 전주지법 부장 판사
▶2007년 인천지법 부장 판사
▶2008년~현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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