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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정책

매향리 사격장 공유수면 정화
지자체·주민 신뢰 바탕으로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지역구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게 마련이다. 특히, 아픈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처럼 치유되지 않은 6.25 전쟁의 상흔을 50년 이상 지속해온 지역에 대한 애착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다. 필자의 지역구이자 고향인 경기도 화성에도 이런 아픔을 가진 곳이 있다. 독자들에게 매향리 사격장으로 알려진 우정읍 매향리 소재 미공군 사격장 지역이다.

6.25전쟁 중이던 1951년부터 사격훈련이 중단된 2005년까지 장장 54년간 주야를 가리지 않고 매향리 사격장에서 실시된 전투기 사격훈련으로 주민들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아왔다. 그간 오폭과 불발탄 사고 등으로 11명이 사망했고, 8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19명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사격장 주변의 가옥, 농장, 어장 등의 파손으로 입은 주민들의 경제적 피해는 계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지난 50여년간 희생해 온 매향리 사격장이 2007년 대한민국으로 반환된 이후, 정부는 기존의 사격장 부지에 평화생태공원을 만들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에 주민들은 매향리(梅香里)라는 이름 그대로 매화 향기가 가득한 이전의 평온한 마을로 거듭나고 낙후된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며 큰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평화생태공원 조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정화사업에서 갯벌(농섬)지역이 제외되었고, 양식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어업면허 요구를 화성시가 불발탄 사고 등 안전사고를 이유로 불허하자 상급기관에 집단민원을 제기하는 등 참아왔던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게 되었다. 특히 현행 국내법적으로 갯벌지역의 정화사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전 세계적으로도 갯벌지역에 대한 정화사례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 부처간에 사업 주체가 불분명해 국토해양부, 국방부, 경기도, 화성시 등 관계기관들의 의견이 상충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필자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에 지역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현안과 관련된 정부부처 및 지자체 관계자와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상생의 타협안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였다. 필자는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는 매향리 사격장 정화사업은 어느 부처의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사업이 아니라 지난 50여년간 희생한 주민들에 대해서 국가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논의하는 사업이라고 설득했고, 주민들에게는 막연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서 민관이 지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찾아보자며 설득했다.

정부는 주민의 안타까움을 이해하고, 주민들은 정부의 처지를 이해하면서 지난 5년 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매향리 사격장 공유수면 정화사업에 대한 기관별 역할분담에 대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다. 그 결과 국무총리실은 정화사업에 대한 부처간 조정 역할을, 국토해양부는 정화사업의 총괄계획 및 예산수립을, 국방부는 불발탄 및 사격잔재물 제거와 관련된 업무를 지원하고, 기획재정부는 사업 예산 반영, 농림수산식품부는 갯벌 서식 생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담당하기로 하고 지자체인 경기도와 화성시는 정화사업을 지원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중앙 부처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또한, 국토해양부의 주관으로 보다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한 신속한 연구용역 시행도 합의가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50년 이상 지역에 거주하면서 어느 곳을 정화해야 할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연구용역과 사업 집행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여기에 더해 지금 당장 어업면허를 허용하라고 주장하던 주민들은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에 부응하여 연구 용역이 필요하다면, 용역기간(1년 이상) 동안 정부를 믿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논의과정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정책결정이 이뤄진 모범 사례”라고 평가하였다. 이번 매향리 사격장 공유수면 정화사업에 대한 정책 결정의 사례를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 주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상생의 대안들이 앞으로도 더욱 많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프로필
▶1956년 경기도 화성 출생
▶1980년 육군사관학교 졸업
▶2006~2007년 삼원토건 회장
▶2007년 이명박 대통령 경선후보캠프 대외협력특보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화성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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