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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섭씨 39℃ 이상시 탈의
조기치료로 악화 막아야

 

소아가 병원을 찾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열이 나기 때문이다. 감기가 들어도 어른보다 소아에서 열은 더 자주 나고 또 높은 열이기 때문에 아기를 많이 괴롭힌다. 감기뿐만 아니라 열은 많은 다른 질환, 심지어는 암 같이 무서운 병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부모님들은 아기들에게 조금만 열이 있어도 해열제를 사다가 먹이거나, 열 내리는 주사를 맞힌다고 병원을 찾기도 한다. 또 무조건 항생제를 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기에게 득이 되기보다는 손해가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조금 이상하게 생각이 들지 모르나 열이 몸에 필요하니까 난다는 생각도 해야 한다. 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열의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원인을 찾아서 치료해 주는 것이 열의 치료이지, 열만을 떨어뜨려 주는 것이 치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체온이 너무 높은 경우는 열 자체 때문에 몸에 손상을 받을 수 있고 또 소아에서는 열성경련이라는 경기를 자주 하기 때문에 열을 떨어뜨려 줄 필요가 있기는 하다. 일반적으로 직장체온이나 구강체온으로 섭씨 39℃ 이상이면 떨어뜨려 주는데(겨드랑이 체온으로는 섭씨 38℃나 38.5℃), 우선 해열제를 투여하여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옷을 벗겨주는 일이다. 실제로 40℃에 달하는 고온에 시달리던 어린이도 옷을 벗기고 주위 온도를 20℃ 정도로 유지시키며 수분공급과 실내습도를 약간 낮춰 주기만 하면 얼마 안 있어 열이 떨어지기도 한다. 또한 수건에 미지근한 물을 적셔 몸을 문질러주면 열은 더 빨리 떨어진다.

‘얼음물이나 알코올을 섞어 하면 어떠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이 방법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찬물을 열이 나는 사람에게 대면 이것보다 괴로운 일이 없고 알코올은 피부를 통해 흡수되어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같은 혈액순환이 많은 부위에 얼음주머니를 얹어주는 것은 해열에 도움을 준다.

흔히 다른 증상은 없고 열만 있다고 하여 집에서 여러 날을 해열제만 사다 먹이고 있다가 계속 열이 나서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있는 데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집에서 갑자기 고열이 나는 경우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방법이나 상비약으로 있는 해열제를 하루나 이틀 정도 사용해 보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이를 더 이상 계속하는 것은 일찍 발견하여 치료하면 간단할 질환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열이 나는 환자를 오래 보고만 있는 경우도 문제이겠으나 그 반대로 열이 나지 않는 환자를 열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문제이다. 이전 칼럼에서도 썼듯이 엄마의 정확한 관찰이 아기의 병을 일찍 발견하게 하고 정확한 진단은 물론 꼭 필요한 약만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환자 중엔 “열이 언제부터 났나요?” 하고 물으면 “오래 됐어요”, “언제부터 났습니까?”하고 다시 물어보면 “한 2주 정도 된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까지 대화가 진행되면 의사는 겉으로는 태연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긴장을 하게 된다. 정말 열이 2주 정도 계속 났다면 이는 큰 질환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긴장을 하고 자세히 여쭈어보면 “2주 전에 잠깐 났다가 어제부터 다시 났어요”라든지 “그냥 뒷골이 뜨듯한 것 같아서 열이 나는 줄 알았어요” 정도의 대답을 하시는 보호자들이 너무도 많다. 증세에 대해 구체적인 대화가 오고가지 않는다면 아기는 중환자로 생각되어 그에 맞는 처치를 받든지, 아니면 필요 없는 해열제를 계속 먹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머니들의 정확한 관찰에 따른 정보 제공의 중요성이다. 열은 무조건 떨어뜨려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며, 항생제의 남용은 오히려 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열이 갑자기 나면 위에서 말한대로 우선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해보되 해열제를 오랫동안 열의 원인도 모른 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은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프로필
▶1949년 충북 청원 출생
▶1985년 서울대학교 의학박사(소아과학)
▶2007년~2009년5월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 이사장
▶2008년~현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장/의학전문대학원장,
환경부지정 인하대병원 알레르기질환 환경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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