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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설 소회 (所懷)

명절음식도 ‘경제적 낭비?’
‘일상속 낭비’ 되물림 말자

 

지난 주말 올해 설도 지나갔다. 우리 모두는 어디 있든 고향생각을 하면서 마음 속의 진짜(?) 설날을 맞이하였다. 그런데 우리 뭇 남정네들은 명절 때마다 공처가 위치를 재확인한다. 명절 음식장만 등 대소사에 피곤한 아내와 집안 여자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랜 전통을 내 대(代)에서 깰 수는 없다는 변명을 하면서··· 그래도 안 보는 척 하지만 남아도는 음식준비는 사실 부담스럽다. 경제적 낭비에다 결국 버려야 한다는 데 따른 죄책감도 크다. 고향 오가는 길에 버린 생수병과 에너지 낭비를 생각해도 마찬가지이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언젠가는 버리고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내 책임 아래에서는 안 바꾼다. 아니 못 바꾼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핑계로 다음 세대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책임을 넘겨야한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가 책임져도 좋을 핑계거리(?)는 없는가? 물론 많이 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지속가능경제를 전공하는 한 외국 동료가 같이 연구하자고 보내준 ‘생각보다 비싼 일상사(Cheaponomics)’라는 자료이다.

이 자료에 의하면 이 세상에서 가장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여성 노동’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자료에 의거하면 1995년 기준 세계 여성노동의 가치는 11조(兆) 달러쯤 된다고 추계하였다. 당연히 터무니없이 적다. 세계 경제적 산출의 절반 수준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여성노동 가치를 현실세계에서 GDP 등과 같이 국민경제에 반영하는 제도 도입은 세계경제와 사회구조를 바꿀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한다. 이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크게 늘어날 것 같기도 하다. 구정 이후 (현명한)우리 남정네들이 공처가로 변하는 것은 이러한 명절 여성노동가치의 (선도적)구현과 보상을 위한 것이리라.

두 번째로 낭비하는 것은 당연히 에너지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석유, 석탄 등 세계 화석에너지소비의 진짜비용은 연평균 대략 65조 달러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 공해로 인해 3억 명이 직접적 고통을 받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보다는 몇 배 더 클 것이다. 다만 아무도 정확한 분석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추측에만 그치고 있다.

세 번째로 낭비하는 것이 ‘저임금 직업’이다. 캐나다의 경우 지난 20년간 저임금 계층 실질임금이 겨우 1% 올랐다고 한다. 낮은 식품과 에너지가격을 통해 저임금체재를 고착화시키는 것은 결국 지구환경을 훼손하고 다음 세대에게 모든 비용과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 경제정의의 핵심을 알아야 할 것 같다.

그 다음 낭비사례는 당연히 지적되어야 할 독성 폐기물 방출이고 다섯 번째가 흥미롭게도 인터넷 서핑(속칭 Googling)이다. 인터넷 서핑 두 번 하는 것이 차 한 잔 마시는 것과 같은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단다. 인터넷 등 IT가 세계 온실가스배출의 2%를 담당한다는 (IT업계가 부정하는)분석도 있다. 여섯 번째는 낭비와 무책임을 조장하는 공짜점심 서비스이고 그 다음 일곱·여덟 번째는 햄버거 등 속칭 ‘정크 푸드’들을 열거하였다. 휴대전화도 아홉 번째의 낭비사례로 지적되었다. 그 제조과정에 들어가는 희귀금속 등 값비싼 자원들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열 번째가 병에 든 생수이다. 병에 든 생수는 수돗물에 비해 최고 1만배 비싼 것도 비싸지만 환경공해를 유발하고 결국은 글로벌 차원 희귀자원인 물의 낭비를 조장한다. 미국의 경우 생수가 유발하는 공해는 자동차 10만대 운행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 열 가지 사례 전부가 곰곰이 따지고 보면 이번 구정 기간 중 내가 낭비한 것들이 아닌가? 우리가 조상이 될 미래에 우리 후손들이 지금 우리들의 낭비를 원망하는 가운데 명절을 보내도록 해서는 안 된다.

프로필
▶1947년 대구 출생
▶1982년 프랑스 Grenoble대학교 에너지경제학 박사
▶1994년∼현재 아주대학교 대학원 에너지학과 교수
▶2004년 과학기술훈장 웅비장 수상
▶2006년∼현재 한국에너지기후변화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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