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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라발전은 관심 밖인 정치
미궁 밖으로 빠져나올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는 1865년에 발표된 영국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인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동화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꿈속에서 토끼를 쫓다가 큰 구멍에 빠져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 소녀 앨리스가 겪는 환상적인 모험을 그리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일화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빠져 나가는 길을 찾다가 갈림길에 다다랐다. “어떤 길로 가야 하나요?” 앨리스가 체셔 캣(고양이로 말재주가 좋고 꾀가 많다)에게 물었다. 체셔 캣이 되물었다. “어디에 가는데?” 앨리스는 모른다고 말했다. 체셔 캣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아무 데도 갈 수 없어”

마치 방향 감각을 잃은, 목표 설정이 명확히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나는 가끔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인 가를 되물어 보곤 한다. 신흥 성장국가, 그것도 뉴스 속에서 보던 ODA(공공개발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원조 공여국가로 성장한 희망적인 나라, 세계 개발도상국들의 우상, 그것이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연일 뉴스 속에 나오는 세종시 갈등으로 드러난 대한민국의 미래상은 어떤가? 여당도 야당도 없다. 여당도 여당 속에서 피 터지게 싸운다. 자신들이 만든 정권이 잘 되기를 바라기보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가는 길을 막는다. 야당의 정권 발목잡기보다 더 한 모습이 여당 내부에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행정수도의 변형인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친이·친박 운운하면서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다. 이 나라에 세종시 문제밖에 없다. 국민들 사이에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그리고 한나라당 내에 박근혜 전 대표가 주장하는 원안 고수가 바람직한 안인가, 아니면 정부의 수정안인 대안이 바람직한 지 아리송하다. 정책은 최선이 못 돼도 차선은 되어야 할 텐데.

그러나 식자(識者)들은 알고 있다. 정치인들이 왈가왈부하지만 국민들 속에는 행정중심의 복합도시 건설은 신행정수도와 맥을 같이 하며, 행정의 비효율성은 차지하고 도시의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해 지역주민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충청인들은 자신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리적인 대안이 이른바 수정안인 줄 알면서도 떳떳하게 소리 내어 말을 못한다. 세종시 원안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마치 자신들이 바른 사람들인 양 인식하게 하고, 그런 고정관념을 만들어간다. 정치적인 큰 목소리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인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 건설을 주장도 하지 못한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속의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과는 좀 다르다. 꿈속에서 토끼를 쫒다 큰 구멍에 빠져 이상한 나라에 들어간 소녀 앨리스가 엮어가는 꿈의 세계, 환상적인 모습은 우리들 곁에서 볼 수 없다. 선거라는 목표를 위해 정략적으로 접근해 버린 우리 정치권, 모두들 표(票) 계산에 열중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균형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묵시적인 동조를 해버린 박근혜 전 대표, 서울시장 시절 수도이전을 맹렬히 반대해 왔던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충청표를 의식해 들컥 물어버린 대국민 약속, 그것도 충청을 향한 목소리였지만 그것이 족쇄가 되어 연일 비틀거린다.

미궁을 빠져 나와야 하는데, 여·야는 오히려 더 수궁에 빠진다. 상대를 인정하고 대안을 찾고 해결책을 찾기보다 상대방 공격에 급급하다. 나라의 발전은 안중에 없다. 세종시문제가 아니라도 국가적 현안은 산재해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한다. 연일 국회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말꼬리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세종시문제가 해결되면 어떨까? 제2의 세종시가 기다릴 것이다. 또 ‘꺼리’를 찾아 나설 것이다. 항간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고 불쌍하다고 걱정한다.

어떻게 미래를 그려야 할까? 어떤 모습이 진정 국민이 바라는 모습일까? 갑자기 동화 속 주인공 앨리스 남긴 한 마디가 생각난다. “전, 어제의 제가 아니거든요.” 우리 모두 ‘어제의 자신이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주인공이 되길 바랄 뿐이다.

프로필
▶1951년 충북 영동 출생
▶2004년 경원대학교 부동산법 박사과정
▶1999~2001년 현대건설(주) 건축사업본부 상무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성남 수정구)
▶2009년~현재 한나라당 경기도당 상임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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