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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만복(萬福)이 덕(德)으로 오길 빌며…

 

우수(雨水)가 지나니 확연하게 달라진 날씨는 부드러운 공기와 따뜻한 햇살을 우리에게 전한다.

한 주 전 영하의 눈 내림은 봄을 향한 시샘인 듯 그렇게 왔다 이내 녹아 대지를 더욱 촉촉이 적신다. 천지자연의 신기함은 계절이 변화되는 시점에서 절묘하게 마음을 파고들어 변하지 않을 듯 하던 세상과 나를 변화시킨다.

철이 바뀐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새삼 각인하게 된다. 하늘은 때가 되면 스스로 변화하여 새로운 절기를 만들어 내며, 만물을 길러내는 대지에게 하늘의 뜻이 전해지고 대지는 씨앗 품을 준비로 부산해 진다. 봄으로 들어간다는 입춘을 지나 ‘우수가 되어야 모든 것이 풀려 나간다’는 옛 어른들의 말처럼 이제 한겨울의 추위도, 각자가 품었을 마음의 추위도 절기의 흐름에 놓아 버린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은, 세월의 흐름 속에 어른들의 말씀이 체득되면서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리고 젊은 나이에는 들어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를 뿐더러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앞서 미리 귀를 닫아 옥석의 구분 없이 흘려버린 탓이다.

계절의 변화와 세상살이에 대한 견해들은 이제 옛 어른의 경험이 아니라 내 경험 속에서 재구성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세대간의 이러한 믿음과 신뢰의 전승들은 문화라고 하는 하나의 동질성으로 자리잡고 나는 그러한 문화 속에서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낀다.

동질성의 문화는 가끔 폭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모두 비슷하게 느껴야 하고 비슷한 생각을 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곧 개인의 창의성은 집단에 매몰되고 소극화될 수 있다. 함께하는 이들 속에서 이질적인 요소들이 발견되면 새로운 시각이나 참신한 생각보다는 다름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다름이 받아들여지거나 기존의 가치와 부딪히거나 모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사람의 마음은 묘해서 신뢰를 주는 집단 속에 있을 때는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 이상의 것들을 발현해 낸다. 일과 활동에 있어 자신감이 형성되고 집단에 대한 믿음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그러나 신뢰가 깨져 있는 집단에서는 자기가 갖고 있는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제대로 평가되거나 발현되지 못한다. 자신의 기대와 다른 평가, 다른 인식 속에서 지향점을 찾기 어려워진다. 이미 위축되어진 분위기에선 능력발휘는 고사하고 신뢰를 증명하기 위한 작업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는 많고 결과는 초라해지기 십상이다.

계절의 변화를 앞두고 옛 어른들이 뭐라 했든, 무심한 적은 있으나 자연의 흐름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그 절대적인 믿음 앞에서 조건 없이 신뢰한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 내가 신뢰하든 신뢰하지 않든 자연의 변화는 계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흐른다는 것이다. 무한한 신뢰를 하고 있었구나를 깨달을 즈음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던 이야기들이 내게 다름의 신호를 보낼 때가 있다.

다름의 신호는 내가 갖고 있는 기존의 가치체계가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가치와 문화가 만들어 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층 더 성숙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열망은 자신을 분해하고 통합하는 과정의 힘겨움과 고통을 감내하며 기쁨을 만들어 낸다. 자신이 변화하는 시기를 거치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결과가 이뤄진다.

이러한 과정이 홀로여도 좋고 여럿이면 더욱 좋다. 신명이 더해져 집단이 경험하게 되면 그 사회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덕(德)이 넘치는 사회로 진화하게 한다.

씨앗이 저절로 나무로 자라는 것과 같이 사물을 변화시키는 잠재된 힘이 바로 덕(德)이다. 스스로 나를 변화시키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 올 한 해는 만복(萬福)이 덕(德)으로 왔으면 좋겠다. 경인년 정월 대보름을 보내며 하늘에 소원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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