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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경쟁자 아닌 동반자로서의 양성(兩性)

선진국의 초입 ‘여성 할당제’
상호 격려·협력 관계 이뤄야

 

대학진학률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처음으로 앞질렀다는 통계가 나왔다. 대학진학률 통계는 단순히 숫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 이면에 숨은 부모들의 의식변화, 여성의 지위 향상 등 사회의식의 전반적인 변화를 드러낸다. 70년대 산업화의 시대에는 아들을 대학보내기 위하여 딸이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한 채 공장에 다니는 것은 다반사였다. 딸을 대학에 보낼만한 형편에 있는 사람들도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팔자가 세다고 하며 진학할 과(科)를 특정 부분에 한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법조계만 보아도 신임 판사, 검사의 비율도 여성이 50%를 넘고 있다. 그리고 지난 해 공무원 시험 합격자 중 여성이 41.6%를 기록했다.

이제는 부모들 스스로 딸이 나아갈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교육시킨다. 오히려 아들 가진 부모들이 늦게 철드는 아들을 걱정하는 세상이다. 아들 가진 부모들은 아들이 딸들과의 경쟁에서 뒤질세라 중고등학교 배정 때 남녀공학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있다고 한다.

여성은 전 세계 잠재능력의 절반을 차지한다. 앞으로는 여성들의 재능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의 우열이 가려질 것이다. 여성이 각 분야에 남성과 함께 참여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게 될 것이다.

핀란드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부분에서 1위, 국제투명성기구가 선정한 반부패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핀란드는 아빠의 육아휴가, 무료학교 급식, 여성 정치인의 40% 할당제를 시행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양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있다.

핀란드는 1994년에 첫 여성 의회의장을, 2000년에 첫 여성 대통령을, 2003년에는 첫 여성 총리를 배출했다.

각 분야에서 여성할당제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본 전제이다. 정치 및 경제, 사회의 중요 지위에 대한 여성 할당제는 단순한 양성 평등의 문제가 아닌, 다양성에 기반한 합리성의 문제로 접근할 때 쉽게 다가설 수 있다.

우리 국회도 최근 여성을 의무적으로 공천하도록 하는 이른바 여성 의원 공천 할당제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정당마다 국회의원 선거구 한 곳당 시의원 또는 도의원 1명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해당 국회의원 선거구의 모든 시,도의원 후보자 등록이 무효처리되게 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다가오는 6월 2일 전국지방동시 선거에서 여성의원 수가 지난 선거보다 8∼10%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성할당제 외에 사회적으로 자녀 양육의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하여 필요하다. 여성공무원의 합격자 비율이 50%에 가깝지만 고위직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여성공무원 스스로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워서’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여성들은 아직도 가사와 육아를 직업과 병행하면서 힘든 슈퍼우먼의 경주를 하고 있다. 다음 세대를 키워내는 육아는 이제 한 개인이 짊어질 문제가 아니고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핀란드는 출산 휴가가 끝난 후 부모가 지방자치단체의 탁아보육 서비스를 선택하든지 가정에서 직접 자녀를 양육할 경우 일정한 수당을 지급받는 가정양육수당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보육· 교육·보건의료. 방과 후 교사 등 자녀 양육과 관련된 부분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남성, 여성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등한 인간으로서 서로 격려하고 협력하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여성은 멀리 있는 타인이 아니라 나의 어머니이고, 아내이고, 딸이다. 또한 남성도 나의 아버지이고, 남편이고, 오빠이다.

머지 않아 우리나라가 핀란드를 제치고 국가경쟁력 부분, 사회 투명성 부분에서 1위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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