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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공천은 유권자를 비춰 보는 거울

 

여야 공천심사위원회가 속속 구성돼 활동에 들어갔다. 우리정치에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오래전부터 성립돼 왔다. 그래서 정치지망생들은 선거철만 되면 정당을 기웃거리며 정당활동을 통한 공천을 받는것에 목숨을 걸어 왔다. 여야 모두 ‘개혁공천’을 부르짖고는 있지만 출마예상자의 자격을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는 등 출발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공천은 각 지역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인사를 엄격히 심사해 정당의 이름으로 천거하는 것으로 후보자의 능력이나 자격기준이 심사의 주된 대상이 된다. 당선을 목적으로 선거후보를 내세우는 만큼 당선을 위한 후보자 개인적인 역량 등도 공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또한 후보자의 도덕성도 공천의 커다란 덕목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여야 모두 비리 전력자나 철새 정치인을 배제하겠다는 당의 약속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 지 의심스러운 상황이 재연되고 있고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묻지마 영입이 이번에도 되풀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공직후보자 자격 기준을 놓고 보여주고 있는 오락가락 행보는 눈쌀을 찌풀이게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공천 심사기준을 강화하겠다고 하고는 공천신청 자격을 대폭 완화하는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성범죄와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경선 부정행위 등 ‘4대 범죄’에 대해서는 벌금형만 받아도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심사 기준을 강화키로 확정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당규 개정을 통해 공천 배제 기준을 ‘최종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서 ‘금고 이상의 형’으로 대폭 완화해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데 따른 ‘물타기’라는 지적이다.

각 시.도당공천심사위원장을 친이계, 친박계로 나눠 먹기식으로 확정한 것도 엄격한 공천심사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현재 시.도당위원장의 성향을 보면 친이는 경기와 충청남북 등 9곳, 친박은 인천과 대구 등 4곳, 중립은 서울 등 3곳이다. 지방선거 공천권 영향력 면에서 친이계가 꼭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친이계와 친박계가 공천 자리를 놓고 격돌을 벌일 경우 의외의 함량미달 인사가 공천을 받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공천’을 공언해 왔지만 결국 구두선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공천혁신 카드로 내세운 시민공천배심원제가 텃밭인 광주에서 제동이 걸린데다 최근에는 성희롱 전력이 있는 우근민 전 제주지사의 영입을 두고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일면서 개혁공천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 전 지사의 영입에 대해선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까지 일제히 공격하고 나섰고 10일에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였던 강금실 전 법무장관까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우 전 지사를 한나라당이 채가려 해서 먼저 영입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더욱 답답한 일이다. 한나라당이 받을 비난을 ‘가로청챈’ 셈이니 말이다. 아무리 비리가 은 인사라도 당선 가능성이 있을 경우 당내 경선에 내세우고 거기서 당선되면 후보로 공천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역풍이 확산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방선거의 분수령은 수도권이다. 그 가운데 경기권역의 선거결과는 향후 정치권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 경쟁이 그 어느 선거구보다 치열할 수 밖에 없다. 경기지사 선거의 경우 군소정당 후보자와의 단일화에 합의한 민주당은 요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주장해 왔던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입장을 바꿔 경기지사 선거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경기도지역 유권자를 떡 주무르듯 한다는 비아냥과 함께 국민참여당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기 도내 31개 시장.군수 등 가장 많은 공직후보자 공천권을 행사할 한나라당 원유철 도당위원장과 새인물 공천을 내세우며 오랜 침묵을 깨고 정치권 전면에 등장한 남경필 인재영입위원장 간의 공천 경쟁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자천타천 정치적 후견인을 내세운 수원시장 후보 공천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비리 전력자’나 ‘철새 정치인’이라는 낙인 찍힌 인사를 공천해 놓고 표로 심판받겠다는 정당의 배째라식 공천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공직후보자 공천은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를 알리는 1차 관문이다. 유권자를 무시하고 경멸하는 공천을 하는 정당은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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