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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론] 도시문화와 창작공간

유휴공간 경제적 활용 유도
창작보다 교류 우선시돼야

 

서울시의 예술공장(Art Factory), 경기창작센터, 인천 미술창작공간인 아트플랫폼, 창작스튜디오, 등을 비롯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08년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산업유산재창조로 예술창작벨트 조성사업, 생활문화공동체사업,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어촌 신문화공간조성사업 등이 도시에서의 문화공간, 예술공간을 목표로 조성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도 폐교를 예술인촌으로 조성하는 등의 이와 유사한 사례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예전에 주목받지 못하던 문화공간, 예술공간에 관심을 갖는 것은, 거창하게는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작게는 지역의 관광자원으로서의 효과를 얻기 위해 조성하는 인식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이러한 사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내용들의 공통점은 도시내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거나, 오래된 공간이나 시설을 손질하여 지역의 문화공간으로써 기능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부분 이러한 공간이나 시설이 해당 지역의 낙후된 공간에 있는 경우가 많으며, 외진 곳에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택하고 있는 방법은 해당 공간이나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거나, 시민들의 문화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여 제공한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비교의 예로 언급하는 해외 사례로 일본 요코하마의 뱅크아트1929(www.BankART1929.com)를 다루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뱅크아트1929는 2004년 요코하마시가 ‘문화예술창조도시 요코하마’정책을 수립하고, 그 시범사업으로서 시행하였던 ‘도심부역사적건조물활용시범사업’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당시 요코하마시는 미나토미라이21 재개발지구, 모토마치상점가, 차이나타운 등 수변에 인접한 공간의 개발을 통해 도시디자인을 비롯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정작, 원래 중심시가지였던 칸나이지구(많은 근대건축물과 가나가와현 및 요코하마시 청사 등이 존재)가 이러한 사업들로 인해 쇠퇴하게 되었다. 뱅크아트1929는 바로 이 칸나이지구에 있는 두 개의 근대건축물을 도심부역사적건조물활용시범사업의 대상공간으로 정하여 시행된 것이다. 이 근대건축물들은 모두 세계공황이 시작된 1929년에 건축되어 제일은행, 후지은행으로 사용되었는데, 바로 이러한 특징을 BankART1929라는 이름으로 담아낸 사업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곳을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정책적 공간적 맥락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뱅크아트1929 사무실이 있는 옛 다이이치은행 근대건축물만 사용된 것으로 인식하고 여러 수단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2년에 걸친 시범사업의 평가결과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요코하마시는, 이를 확대전개하기로 결정하는데, 그 방법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요코하마시에 존재하고 있는 근대건축물을 포함한 여러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데, 해당 유휴공간이 바로 인접해 있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갈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므로써, 유휴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용도의 공간들 - 음식점, 까페 및 레스토랑, 관광지, 이벤트, 타 문화공간 및 시설 등 - 을 시민과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이용하여 도시에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공간들이 위치하는 지역에의 문화적 기여라는 관점과 목표에서, 지역의 문화적 환경조성에 기여하는가, 지역의 문화적 수준 향상에 기여하는가, 지역주민간의 문화적 교류가 활발한가라는 것이 우리가 고려해야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창작활동이 지역주민의 창의력 계발에 자극이 되고, 지역주민의 문화적 창작 욕구를 이끌어내는 자유로운 문화적 교류 거점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공간은 시설의 리모델링 수준으로 한정되어서는 안되며, 지역에서의 창의적인 환경을 형성할 수 있는 핵심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하나의 시설을 조성한다고 해서 지역의 문화적 수준 향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곳 저곳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문화공간, 창작공간이 서로 공간적으로, 내용적으로 연결되어야 비로소 지역의 문화적 공간, 문화적 환경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를 ‘공간’적으로 다루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지역의 문화공간이 공간적으로 어떻게 존재하는지, 그래서 우리 자신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알고 싶다면 지도를 보라. 왜 우리 자신이 쉽게 문화를 누리지 못했는지를, 그래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에서 서성이거나 고개를 돌리게 되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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