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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문화예술인가? 문화와 예술인가?

 

우리들 주변에는 봄의 힘찬 날개 짓이 이어진다. 갤러리에서는 봄을 소재로 한 전시회가 열리고, 야외무대에서는 군무(群舞)가 펼쳐진다.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겨우내 움츠렸던 문화행사와 예술분야도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지상(紙上)에도 문화예술소식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문화예술이냐? 문화와 예술이냐? 아니면 그냥 문화냐? 기사마다 다르게 게재된다. 글자가 다르듯 그 뜻과 쓰임새가 다를 텐데도 그렇다.

예술은 창작의 산물이다. 예술은 만인이 공유할 수 있다. 예술은 기교를 감추는 일이다. 예술의 진수는 겉으로 나타내지 않는데 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은 그리스의 의학 원조인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영역(英譯)한 것이다. 당초 ‘인생은 짧고 의학기술은 길다’이었다. 배워야할 의술은 많은데 인생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이것이 와전되어 인생은 짧으나 뛰어난 예술 걸작품은 영원히 남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예술의 기초는 도덕적 인격에 있다. 예술은 기예가 아니고 예술가가 체험한 감정의 전달이다. 예술작품 속에는 반드시 일정한 사상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위대한 예술이란 예술적 재능에 의한 순수한 영혼의 표현이다.

꿀벌이 자기의 침에 생명을 거는 것처럼 예술가도 그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얼마 전 열반에 든 법정스님의 글은 탁월한 문장력으로 많은 독자를 이끌었다.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며 자신의 출판물을 ‘절판(絶版)하라’고 유언했다. 이처럼 예술의 극치는 예술을 감춘다. 예술은 만인이 즐길 수 있어야 위대하고 깊은 뜻을 갖는다. 일당일파만의 예술은 완구에 불과하다.

예술은 모든 인간적 희망의 표현이다. 지칠 줄 모르는 창조력을 지녔던 천재적인 화가 피카소는 ‘나는 모든 것을 말로 하지 않고 그림으로 나타낸다.’ 라고 했다. 끊임없는 탐구의 생명력은 무엇일까. 화가는 눈 밖에 없고 음악가는 귀 밖에 없는 바보인가. 물론 아니다.

예술가도 세계의 사건 앞에서 눈을 뜬 정치적 존재다. 물은 용기의 모양에 따라 모습을 달리해 원(圓)도 각(角)도 된다. 메이지 않은 배는 바람 부는데 따라 움직인다. 물은 쉽게 자신의 존재를 버리면서도 그 역할을 다한다. 건물을 지을 때 물은 모래와 자갈을 뭉쳐 단단한 벽돌을 만든다. 자신은 이내 그 모습을 감춘다. 만약 물이 그 자리에 머물겠다고 고집하면 건물은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다.

수원화성은 세계문화유산이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심사할 때 몇 가지 조건에 부합되어 등재되기에 이르렀다. 화성의 ‘예술적 가치’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5.7km에 이르는 성곽부속건물이 모두 같은 모양이 없다는 예술적 독창성도 한몫했다. 물론 2백여 년이라는 역사성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축성 당시 화성은 방어의 목적으로 쌓여졌지만 ‘아름다움’을 내세우면서 성을 쌓았다.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를 도예공이 만들 때는 최고의 예술작품으로 만들었다. 세월이 흘러 그 예술작품은 ‘문화재’로 지정받기에 이른다.

이처럼 ‘바위에 이끼 끼듯’이 되는 것이 문화다. 세월이 흘러 고생창연해지면 문화로 덧칠이 된다. 문화는 의도되지 않는 것이다. 파리를 일컬을 때 ‘예술의 도시-파리’라고 한다. ‘문화의 도시-파리’라고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도시 전체가 이름답기 때문이다.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며 다리며 풍경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이기에 그렇다. 문화가 예술을 아우르는 것은 아니다. 문화란 사람의 지혜가 깨어 세상이 열리고 생활이 보다 편리하게 되는 행위를 가리킨다.

서울엔 ‘예술의 전당’이 있고 경기도엔는 ‘문화의 전당’이 있다. 정부에는 ‘문화예술위원회’가 있다. 대외적으로 알리는 영문표기는 ‘culture center’가 아니라 ‘arts center’로 적고 있다. 무엇이 다른 것일까. 예술은 창조 행위다. 예술이 바탕이 된다. 올바른 표기가 요구되는 이유다.

프로필
▶1944년 경기도 수원출생
▶1969년 서울대학교농과대학 졸업
▶1979년 농협대학 교수
▶1999년 경기농협본부 본부장
▶2003년 수원예총 회장(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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