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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법정 스님이 남기신 것

버리고 비우는 지혜 갖기
‘순간의 있음’에 행복 찾기

 

최근 법정 스님이 입적하시면서, 새삼 그분의 가르침이 화두가 되고 있다. 영결식은 고사하고, 하다 못해 관도 만들지 말고, 다비식 후 사리도 찾지 말라는 등 이생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가르침이었던 ‘무소유’를 실천에 옮겨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동과 가르침을 남기셨다.

또한 ‘말빚을 남기지 않겠다’며 그동안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 있는 자신의 여러 저서들을 절판하라는 유지가 알려지자, 오히려 서점마다 스님의 저서를 찾는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이는 법정 스님의 뜻에는 맞지 않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각박한 일상의 삶 속에서 스님의 고귀한 정신을 흠모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글귀로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을 쓰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라고 말씀을 들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버리고 떠나기’라는 책에서는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 것이 들어설 수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주고 있다’라고 하였다. 소유는 집착으로 이어지고, 오히려 소유 하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것, 보다 본질적인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뜻일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홀로 사는 즐거움’에선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적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간소함에 있다.’ 고 하셨다. 누구나 알고는 있으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내용인 것 같다. 오늘날 우리들은 부모님이나 그 윗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형편에 살고 있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 일상화되어 있고, 오히려 그 때보다 심각한 상대적 빈곤감으로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단적으로 지난 해 우리나라의 자살 사망자 수는 10만 명 당 26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율을 보였다고 한다.

이 수치는 2000년 14.6명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일 뿐 아니라, 2004년 이후 5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국 가운데 자살 사망률 1위를 기록하였다. 특히 자살하는 청소년의 숫자가 하루에 2명 이상 이라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체성이나 자아가 확립되기 전에 물질문명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자라나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정신적 가치를 심어주는 일이 매우 시급한 것 같다. 또한 이처럼 청소년들의 자살율이 다른 연령 그룹보다 높은 이유 중의 하나는 청소년기가 갖는 특징과 연관성이 높다. 즉 청소년기는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는 시기로써 일시적으로 많은 혼란을 겪게 된다.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와 요구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와 기대는 청소년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심리적인 문제와 충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청소년 자살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는 부모나 교사와의 언쟁, 친구와의 다툼 등 사소한 사건들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즘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우울증은 청소년 계층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자살의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하지만, 결국 자기 삶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법정스님의 말씀 중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 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라는 글귀를 새겨둘 필요가 있다. 이 말씀에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 존재가 소유에 앞선다는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분주하고 각박한 현실에서 죽음을 통해 보여주신 법정스님의 큰 가르침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어 우리의 삶이 보다 행복해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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