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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임신중단 대한 선택권은 여성 스스로에게!

 

얼마 전 본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에서 지원하고 있는 성폭력피해여성이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중단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거부당했다.

평소 피해자 지원과 관련 간간히 수술을 한 적이 있던 연계병원인지라 연유를 물으니 프로라이프 의사회에서 관련 몇몇 병원을 고발하면서 상황은 이해하지만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며 수술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논쟁과 설득을 되풀이하다 관련 기관의 협조 아래 겨우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상담실에 도움을 요청하는 비혼여성의 전화가 울려왔다. ‘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임신을 하였으나 둘 다 직장을 잡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결혼할 입장과 처지가 아니어 낙태를 결심하였고 의사와 의논하여 수술날짜도 잡아놓았었는데 며칠 상관으로 병원의 태도가 돌변하여 수술을 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내 몸 상해가면서 결정할 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는 것 아니나’며 도움을 요청하였다.

또 다른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피임에 실패해 임신이 되었다. 일하면서 큰 아이 하나 가르치는 것도 버거운데 이 나이에 아이를 낳는다고 아이가 저절로 크는 사회도 아니고 뒷받침을 제대로 못해주면 그것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죄의식을 가지고 살고 싶지 않다. 결국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나도 중국으로 가야할 것 같다’

이런 일들이 도대체 누구의 입장에서 무엇을 위하여 벌어지는 것인가?

청소녀가 임신하면 문란한 성인식으로 치부하고 비혼여성이 임신했을 때 부도덕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순결서약을 강요하거나 임신중단수술을 금지하면 결혼제도 밖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의 문제가 해결되는가? 솓구치는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임신중단을 선택하는 기혼여성들의 현실적 여건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마치 임신중단수술을 하는 여성들 때문에 저출산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치부되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사회에서 실시되는 임신중단수술의 90%이상이 사회 경제적인 이유속에서 발생하고 있다. 거기에 묻힌 여성들의 삶의 경험과 어려움들을 제대로 봐야 한다.

그러나 임신중단을 선택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처한 사회 경제적 현실로만 지금의 논란을 오롯히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임신중단찬반논란이 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 이 논란의 본질은 여성의 재생산권 즉 몸에 대한 여성자신의 선택권을 의사나 국가가 통제하려 하는 데에 있다.

60~70년대 인구억제정책을 펼 때는 출산을 많이 하면 깨이지 못한 여성으로 취급하면서 암암리에 낙태를 강요하던 국가가 이제 저출산문제에 부딪치면서 왜 출산을 꺼리고 초산연령이 높아지는지에 대한 본질은 보지 않고 당사자들의 이기적인 선택으로 몰아가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각 개인의 삶의 문제들을 개인이 선택하고 그 선택이 당연히 존중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국가의 인구정책이나 사회의 상황에 따라 억압되고 통제하려는 움직임들의 부당함이 논의되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그렇다면 낙태를 찬성하는 것인가?’라고 물을 것이다. 찬성하고 반대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임신을 중단할 것인지 출산을 선택할 것인지는 당사자가 선택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청소녀와 비혼여성의 임신에 대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비난하는 사회적 인식과 보육과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더 많은 여성들을 우리는 임신중단을 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바나 마찬가지이다.

아울러 ‘낙태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낙태라는 말은 이미 그 안에 살인을 했고 죄악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묻어 있고 당사자인 여성의 주체성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때문에 낙태라고 할 것이 아니라 임신중단이나 하다 못해 임신중절이라는 표현을 쓰도록 해야 한다’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이제 낙태가 아니라 임신중단이라고 바꿔 말하자.

그리고 더 이상 ‘임신중단을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를 묻지 말자. 대신 ‘왜 임신중단을 하며 여성들이 자유롭게 임신중단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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