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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韓銀, 금 보유 관련 적극적 사고를

‘달러자산 맹신’ 문제
전략적 비축물자 늘려야

 

민간을 배제한 정부보유기준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천133.5톤의 금을 가진 세계 1위의 금보유국이다. 뒤이어 독일이 2천406.8톤으로 2위이며 IMF(국제통화기금)이 3천005.3톤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를 보면 중국이 1천054.1톤으로 6위, 일본이 765.2톤으로 8위, 인도가 557.7톤으로 11위, 대만이 423.6톤으로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금에 대한 선호가 매우 강한 나라지만 실제 우리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양은 14.4톤에 불과하다. 최근 세계금위원회(WGC, World Gold council)가 조사한 113개 국가 가운데 57위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도 우리나라보다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규모를 비교하지 않더라도 세계 6위의 외환보유고를 생각한다면 우리나라는 유별나게 ‘금’에 대한 욕심이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금의 평가액이 5억달러이니 외환보유고 2천700억달러에 비하면 비중을 논하기도 어렵다.

금은 개인장신구에서부터 첨단산업의 주요 부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금의 최대 활용은 자산으로서의 가치이다. 과거에 가졌던 화폐로서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가장 유용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은 여전히 개인과 국가들에게 선호 대상 1위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미국 달러화의 지위가 흔들리자 세계 각국이 금보유고를 급격히 늘려오고 있다. 2009년만 하더라도 중국이 454톤, 인도가 200톤, 러시아가 117.7톤을 매입했다. 식민지 시대에 신대륙으로부터 많은 금을 강탈해 너무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던 서유럽 국가들도 2008년 이후부터는 금 매각양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금이 그 자체로 공식적인 외환보유고로 인정받고 있는 통화일 뿐아니라 가장 안전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금은 지난 1971년 닉슨쇼크 이전까지 오랫동안 세계화폐인 기축통화 역할을 해왔으며 미국의 통화인 달러가 금을 대신해 기축통화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1,2차 세계대전으로 막대한 금을 비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이 금을 매입한다고 해서 자국으로 금을 들여오는 것은 아니다. 각국이 보유한 금은 세계의 주요은행 지하에 모셔져 있고 각국은 소유증서만 교환하는 것이다.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우리나라가 금수입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작년부터 금 수출국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금 생산량은 200kg에 불과해 해마다 많은 양의 금을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고금 재활용 물량이 증가하면서 수입물량은 37톤이었던 데 반해, 수출물량은 91톤에 달해 54톤에 이르는 금 수출국가가 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14.4톤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 지난해 순수출된 물량만 우리 정부의 보유량보다 3.75배나 많은 것이다.

물론 금은 가격등락이 심하고 채권과 달리 이자도 적다. 또한 긴급한 상황에서 현금화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이 금보유에 소극적인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화의 지위가 흔들리고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달러 자산에 대한 지나친 맹신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외환보유 자산의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금’을 중요한 안전자산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금의 가격은 역사적으로 달러화 가치와 반비례 관계를 유지해 왔다. 더구나 금이 전략적 비축물자이기도 하니 금 보유를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도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순수출한 54톤의 금은 16억 3천643만달러이며 올해도 역시 2월까지 6억톤의 금을 순수출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석유와 희소금속 같은 중요자원들은 전략적 차원에서 일정량을 비축하고 있으며, 철근의 원자재로 쓰이는 고철조차도 비축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금 보유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사고를 가져 수출물량을 매입한다면 전략물자도 비축하고 외환보유고의 안정성도 높이는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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