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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경제 불황기 문화예술계 새 돌파구, 공동제작

 

2년 전 미국 발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경기불황의 터널이 생각보다 길다. 지난해에는 신종플루로 공연예술계가 타격을 받았다.

올 2월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한국경제가 -4%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이라 했고, 여러 리서치 기관들도 경기 전망에 역시 비관적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정부는 민생안정을 우선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기업과 가정도 문화 관련 지출을 줄이게 되어 공연예술계가 얼어붙게 된다. 그러나 삶이 팍팍해질수록 문화예술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정부도, 지자체도, 문화예술기관도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하면서도 관련 예산은 항상 우선순위 밖에 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이 국가 총예산 중 1%를 넘긴지 벌써 십 수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그 이상 증액편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문화예술기관들의 재정상태 역시 열악하다. 하드웨어는 충분하다 하더라도 콘텐츠를 만들 예산과 전문 인력은 부족한 현실이다. 문화예술이야말로 국민들의 감성을 추슬러 가장 효과적으로 성장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기관들의 자구 노력 또한 중요하다. 기관의 주된 역할은 양질의 콘텐츠로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지만, 적은 예산으로는 기관의 살림을 꾸려가기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공연제작비와 인력이다. 우수한 콘텐츠를 충분히 마련하고 싶어도 지역 문화예술기관에는 그럴만한 예산과 사람이 부족한 것이다.

고양문화재단은 경기지역문예회관협의회와 함께 록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오페라 <나비부인>, 가족 뮤지컬 <개구리 왕자>를 제작한 바 있는데, 이에 필자는 문화예술기관 간 공동제작을 경제 불황기 문화예술계의 유력한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고양문화재단은 대전문화예술의전당과 오페라 <토스카>(2008), 연극 <오셀로>(2009)를 공동제작해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대구오페라하우스와 함께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2009)으로는 “공연예술계의 새로운 제작 패러다임”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후 몇몇 기관들이 비슷한 공동제작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공동제작의 장점은 첫째, 저예산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동제작기관들이 서로 비용을 분담하기 때문에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둘째, 지역 문화예술계의 활성화를 들 수 있다.

공동제작 시스템을 통해 지역 예술가와 단체들이 참여함으로써 지역 문화예술의 부흥은 물론 국가의 공연예술 균형적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다. 또 공연 횟수가 늘어나므로 공연자의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진다. 셋째, 공연 전문 인력의 제작기획능력 향상이다.

각 기관의 인력들이 공동제작을 통해 기획, 제작, 홍보, 마케팅 등에서 광범위하게 지식과 노하우를 나눠 전문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지역 간 문화예술 및 제작기획능력 수준의 격차 해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기관 간 상호경쟁이 아닌 상생(相生)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슷한 규모의 문화예술기관들이 독점공연을 자랑으로 여기거나, 부족한 콘텐츠를 두고 서로 다툰다거나, 서로 견제하는 하는 대신 협력을 통해 ‘새로운 예술작품의 창작’이라는 문화예술기관의 근본 소임에 충실하고 또한 발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고양문화재단은 2010년에도 10월 경 최소 3개 이상의 기관과 함께 연극 작품과 오페라 <라보엠>을 선보일 계획이다.

새로운 시도에는 늘 크고 작은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이러한 합작 시도들이 꾸준히 이어져, 문화예술기관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만든 수준 높은 공연들이 지금같이 어려운 불경기에 사기를 잃은 시민들을 위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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