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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미분양 쌓이고 거래 뚝, 대폭락설까지…‘맥 못추는’ 주택시장

주택 가격이 연일 내림세다. 일부 지역 아파트에서는 두달 새 5천만~1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안된다. 오히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 수요자들이 매수를 꺼리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지역으로는 주로 입주가 몰려 일시적인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경기도 고양, 파주, 남양주, 광명 뿐 만아니라 그동안 투기적 수요가 몰린 강남권, 과천 일대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깊은 편이다.

① 바닥 모르는 주택가격 - 중첩 악재 인한 구매자 ‘안전투자 심리’ 발현
② 고개 드는 버블붕괴론 - DTI·LTV 등 정부 꾸준한 관리… ‘시기상조’
③ 건설업체 유동성 위기 - 호황기 편승 사업구조 ‘주택부분 비대화’ 원인
④ 날개 달린 전세값 왜? - 소형주택 부족·보금자리 등 공급比 수요 많아


주택가격 하락은 중첩 악재들이 한꺼번에 작용

이유는 복합적이다. 글로벌 주택가격 하락,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 주택가격 버블논란,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따른 주택 대기수요 증가 등이 겹쳐 심리적으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상 상당히 긴 상승 사이클을 형성했던 최근 대세 상승기에는 한국 주택가격도 세계 각국의 주택가격 상승과 동조화현상(coupling)이 나타났다. 주택 붐의 가장 큰 원인이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의 집값이 떨어지는 등 홍역을 앓고 있다. 화려한 빚잔치를 벌이고 난 뒤에 ‘고통의 설거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만 되레 오르는 탈동조화 현상(decoupling) 혹은 차별화 양상이 나타났다.

오히려 일부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전 고점을 뚫을 정도로 과도한 상승을 보였다. 지금의 집값 상승은 실물경기 호조→소득 증가→구매력 증가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패턴이 아니다. 저금리, 토지보상금, 재개발 및 뉴타운 철거이주 수요 등이 주택 가격을 지탱시켜주는 힘인데, 아무래도 버팀목이 튼실하지 못하니 불안하다.

이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주택시장이 얼마가지 않아 선진국과 동조화현상이 나타나 본격 하락하는 것이 아니냐며 매입을 꺼리고 있다. 일종의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값싸고 입지가 좋은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공급자(집주인도 포함) 입장에서 볼 때 소비자들이 여간 까다로워진 것이다. 원래 보금자리주택은 장기 무주택자, 노부모 부양자, 다자녀 등 특정의 특정 소수 계층을 위해 공급하는 공공주택이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일반 분양시장은 물론 기존 주택시장까지 연쇄 파장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보금자리주택 쇼크’라고도 부른다.

보금자리주택 쇼크가 재고시장과 분양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주택 구입 때 보금자리주택을 ‘기준점(Anchor point)’으로 삼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기존 주택을 사거나 분양을 받을 때 주택의 가격과 입지에 대한 민감도, 즉 탄력성이 높아진 것이다.

가뜩이나 가격은 많이 올라 부풀려져 있어 하락의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구매를 꺼릴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쏠림현상은 ‘로또 아파트’, ‘대박 아파트’에 대한 기대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대세상승기가 마무리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의 불확실(가격하락)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안전투자’ 심리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이런 점들이 중첩되면서 결국 수요 부진으로 이어졌고 가격하락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폭락·버블붕괴 주장은 전지전능 예언자의 수준

대세상승이 끝난 것은 맞지만 이것이 곧 대폭락이나 버블 붕괴라는 쪽으로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약이다. 물론 수도권, 그것도 서울이나 강남 얘기겠지만 주택 가격은 너무 올랐다.

서울시 아파트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12배를 넘는다. 중위가격을 쓴다고 하더라도 9배가 넘기 때문에 다른 국제도시보다 비싼 축에 속한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한국은 LTV나 DTI 등 금융규제를 통해 부채관리를 해왔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 문제이긴 하지만 대폭락으로 이어질 정도로 무방비상태로 두지는 않았다.

그래서 버블이 곧 붕괴될 테니 지금이라도 집을 투매해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주장은 위험하다.

특히 최근 금융권의 보고서들은 인구, 소득 등 대체로 수요적인 측면에서 부동산 문제를 고찰한 것이다. 시장가격은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만나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보고서는 공급 얘기는 없다.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공급은 불변변수로 본다는 전제하에서다. 만약 극단적으로 말해 수요 감소폭보다 공급 감소폭이 크다면 가격은 오를 수 있다.

대체로 부동산 거품은 부동산 시장의 내부모순이 촉발되면서 붕괴되지 않는다. 주택시장 외부에서 갑작스런 쇼크가 닥치면 그 충격으로 잠재되어 있던 모순이 터지면서 거품은 꺼진다.

그런데 지금 섣불리 주택시장 대 폭락론, 버블 붕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외부 충격을 예견하는 전지전능한 예언자나 다름이 없다.

또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전혀 없다는 전제하에서 보는 것이다. 집값의 하락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자칫 의도와는 달리 시장을 겁주려는 쪽으로 비쳐서는 곤란하다.

주택건설업체들은 왜 어렵나

최근 주택건설사들의 위기는 주택시장 대 호황기 이후 구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일종의 후유증이라는 해석이 많다. 주택건설사들이 그동안 지난 10여년 주택 호황기에 편승해 사업구조를 주택부분에 비대화시킨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주택사업은 토목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한 사업이다.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이라는 얘기다.

일부 주택건설업체들이 나름대로 사업구조를 다양화하려는 곳이 있었지만 당장 이익이 나는 주택부분을 축소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대다수가 주택 전문업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공급자인 주택건설업체들은 옛날 방식대로 공급을 하려고 하는데 수요자들은 가격이 비싸다며 사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미분양으로 고스란히 남을 수밖에 없고 주택건설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세는 왜 오르나

전반적으로 이사수요가 뜸하지만 가격은 크게 내리지 않고 있고 일부지역에서는 오르는 것 같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봄 이사수요가 많지 않다. 그런데도 전셋값이 오른다는 것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는 신호이다.

전세는 현재 구간의 수급을, 매매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포함한 전체 구간의 수급을 반영한다. 전세는 근본적으로 미래의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없기 때문에 현재의 수요와 공급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사용가치와 시세차익을 모두 염두에 두는 매매의 경우 미래의 공급이 줄거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 수요를 조절한다.

지금처럼 집값이 당분간 오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 매입 시기를 미룬다. 하지만 전세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 내년에 공급이 모자란다고 해서 지금 선(先)소비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전셋값 상승은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공급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기대로 전세 눌러앉기 등이 맞물려 병목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료제공=-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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