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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정보화 사회- 감시가 아닌 상생으로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소수의 감시자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모든 수용자를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인 파놉티콘(Panopticon)을 제안했다.

파놉티콘은 바깥쪽 둘레에 죄수의 방이 들어서고 중앙 원형 공간에 감시탑이 들어서며, 죄수의 방은 늘 밝게 유지되어 언제든지 감시가 가능하나 중앙의 감시 공간은 늘 어둡게 유지돼 감시자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또 감시자가 지금 죄수를 감시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

바로 이것 때문에 죄수들은 자신들이 늘 감시받고 있다고 여기게 되고, 규율과 감시의 시선을 ‘내면화’해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즉 파놉티콘을 통해 감시 권력이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아도 수용자가 항상 감시당하고 있는 상태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요즘의 정보화 사회는 바로 파놉티콘을 연상하게 한다. 정보기술이 우리에게 무한한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감시자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은 채 끊임없이 감시되는 정보의 감옥에 우리를 가두고 있는 셈이다.

정보기술로 인해 우리의 모든 일상은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저녁 잠자리에 들기까지 모두 드러난다. 통화내역을 보면 누구와 언제 통화했는지, 통화위치가 어디인지 금방 드러난다. 교통카드를 보면 언제 어떤 차량을 타고 어디서 내렸는지 알 수있고, 각 건물의 CCTV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모두 찍힌다.

금융거래 내역에는 어느 은행에서 언제 누구에게 돈을 보냈는지 금방 알 수 있고, 컴퓨터의 내장 정보에는 그동안 이룬 모든 업무에 대한 내역이 고스란히 다 나온다. 심지어 그 사람의 신용카드 내역을 보면 어떤 책을 주로 사 읽었는지, 어떤 제품을 주로 구매하였는지를 통해 의식의 성향이나 생활태도까지 다 알 수 있다.

논쟁이 되고 있는 전자주민카드도 IC 카드 형태의 주민등록증으로 이 카드에 모든 개인정보가 수록되고, 이후 신용카드 등과 통합되는 형태이다. 단순히 비닐코팅된 주민등록증이 플라스틱 IC 카드로 바뀌는 문제가 아니라 전국을 엮는 거대한 전산시스템을 만들어 국민의 개인신상정보를 통합, 전산화해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보 전산화는 무척 편리한 만큼 사생활 침해, 권력에 의한 국민 감시의 위험성 등의 문제가 있고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전자주민카드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 첨단 전자, 정보 기술을 활용한 전산통합시스템 운영을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인가.

정보전산화의 덕분에 이제는 인감도장이 없어도 아무 곳에서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고, 사이버 투표가 가능하며 세금도 인터넷 납부가 가능하다. 또한 첨단 수사과학 기법으로 인하여 과거에 찾지 못하였던 위법행위들을 찾아내고 있다.

미셀 푸코가 말한 것처럼 정보사회는 감시와 규율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전자, 정보 통신 기술이 권력에 의한 국민 감시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국민들이 권력의 감시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제는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입주자 대책모임을 만들어 시공사의 부실시공, 편법분양에 대해 단체로 대항하고 있으며, 대기업의 제품에 대한 즉각적인 소비자 감시가 행해지고 있다.

또한 시민운동가 및 다양한 NGO 단체들이 인터넷을 통한 권력 감시, 기업의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감시, 의정과 언론에 대한 감시를 하고 있다.

즉 전자, 정보기술의 발달은 우리를 정보감옥에 가두는 것 이상으로 권력에 대한 시민의 감시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감옥에 있는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을 향하고 있는 전자 정보의 눈초리를 의식하며 항상 투명하게,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생활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 역시 전자 정보 기술의 눈부신 공헌이다. 따라서 전자, 정보기술이 갖는 편리함과 신속성이라는 장점을 살리면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찾는 데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보화 사회의 역기능은 보완하고 순기능을 살려 상생하는 놀랍고 아름다운 신세계가 도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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