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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돈 안되는 시를 읽는 이유

 

인생을 살면서 삶에 자극이 되는 좋은 자료나 책을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최근에 내게 좋은 자극을 준 자료가 있다.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치유성 논문’이라는 박사학위논문과 ‘시 치료’다. 매우 가치 있는 자료다. 시치료에 대해 깊이 있게 알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차에 좋은 자료를 쥐게 되었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시치료의 개념이 역사적, 학문적 차원에서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시치료의 과정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도록 해준다. 단순히 그것을 기술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실제로 시를 가지고 혹은 시를 쓰게 하면서 적용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을 열거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치료의 한 형태이다. ‘당신들은 왜 창작을 합니까?’ 하고 예술가들에게 물으면 대개의 경우 그들은 당연히 해야만 하기 때문에 예술을 한다고 대답한다. 피카소도 ‘내 모든 시간을 예술에 쏟아 붓지 않고선 난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창의적인 노력이야말로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적인 애착을 포함하고 있다. 예술은 창작적인 면뿐만 아니라 치유적인 면도 갖고 있다. 그래서 심리치료에 예술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시 치료는 표현예술치료 중 하나다. 우리는 시를 읽거나 쓰면서 깊은 정서적 체험을 할 수 있고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또한 그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다. 시는 우리의 정서를 환기 시키는 언어다. 시치료는 치료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언어영역을 사용한다. 다양한 양식으로 쓰인 기존의 시를 임상적으로 사용한다. 시는 응축된 감정표현의 한 양식이기 때문이다.

잘 고른 하나의 시집이 일반적인 정신질환 대부분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고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에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시와 치료는 둘 다 내적인 갈등을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시치료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법 중 하나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기존의 시를 읽어 주고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다. 시를 사용하기 전에 그 시에 대한 반응을 예상하고 탐색해야 한다. ‘이 시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기존의 시를 이용해 특별한 행(行)에 주의를 집중시킨다든지, 그들 생각과 감정을 더 정확히 반영하도록 ‘어떻게 시를 변화 시킬 수 있는지’를 물어 본다.

근래 심리치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시치료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자아(自我)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노이로제 완화에 이르기까지 그 효능이 입증된 사례가 많은 까닭일 것이다.

시 창작을 하면서 얻는 위로와 삶의 위기상황에서 얻는 지혜를 바라보며 시의 치유적 기능을 믿는다. 시는 인간 감정의 소산물이다.

우리는 끝없는 증상과 증후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참살이 시대, 치료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문학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심리치료, 놀이치료 등이 그 예다. 물리적으로 치료하는 것보다는 심리적으로 치유되는 것을 일컫는다. 심신의 관계를 다루는 치료다. 음악적 재능과 음악에 대한 지식이 음악치료에 필요하듯 언어를 다루는 법, 시어를 창조하는 법, 문학을 인식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비가 온다.’ 는 것을 ‘하늘이 운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단순히 문학에서 배우는 수사법을 넘어 개인과 집단의 상징세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말은 병든 마음의 의사다’ 시와 드라마로 처방했다는 문학치료는 읽기와 쓰기를 통한 치료다. 평정, 확신, 안정, 긴장완화 와 같은 면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시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감성적 접근과 신화적, 마법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드라마나 소설, 영화 같은 장르보다 정서를 표출하기에 훨씬 좋은 장르다. 시가 치료에 잘 이용되는 이유다. 시집을 펼쳐들고 감성에 젖기에는 사는 일이 너무 고단하겠지만 시를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시는 치유적 힘이 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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