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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전통시장과 도심부 활성화

 

ㅇㅇ슈퍼(총 172개), ㅇ마트(총 10개), ㅇ플러스(총 168개), ㅇㅇㅇ슈퍼(총 129개), 합계(총 479개)….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근래 문제 되고 있는 SSM(Super Super Market)의 2009년 11월 대기업 출점 현황이다.

대체로 매장면적 500㎡ 미만의 것이 전체의 반을 넘는다. 1천㎡ 이상이 되는 것도 148개소나 된다.

한편, 중소기업청에서는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사업을 추진해오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2008년도부터 ‘문전성시’라는 이름으로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기도 하다.

나도 어릴 적 살던 집 앞 찻길 건너에 있던 시장에 어머니 손잡고 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랬던 시장이 언제부터인가 슈퍼마켓을 이용하게 되고, 이제는 주말마다 대형마트에 가서 일주일치 식료품을 사다 놓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었다. 아이들조차 대형마트에 가자고 할 정도로.

그냥 ‘시장’이었던 곳이 한때는 재래시장이라 불리고, 왜 이제는 전통시장이라고까지 부르게 되었을까.

기존 도심지 내 존재했던 전통시장이 이용시민의 경제적 수준 향상으로 인한 자동차이용 증가, 중심시가지 지가 급등, 지방자치단체의 신도시개발 등으로 인해 도심(都心)이 이동하게 되면서, 기존 도심지이자 중심시가지의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증가했기 때문에 전통시장이 쇠퇴하게 됐던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중심 시가지로부터의 거주기능 업무기능 공공시설 등 유출, 대형점포(이마트, SMS 등)의 입지, 소비자 행동반경 확대, 접근성 저하, 환경악화, 상점가 노력 부족, 시민의 관심 저하 등이 그 구체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도시(都市)라는 한자어에서 시(市)를 가리키는 한자어의 의미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저잣거리’를 뜻한다. 따라서, 앞 글자인 도(都)와 함께 사회적, 정치적 중심지이자 경제적 중심지를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이 기존의 전통시장은 대체로 중심시가지, 도심지의 기능을 했던 공간이었기에, 역사적, 문화적, 생활사적 측면에서 많은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도심공동화 현상과 신도시개발에 따른 구도심쇠퇴라는 커뮤니티의 양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에서는 이러한 시장을 더욱 활성화해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기여하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심의 매력적인 요소로서 기능하도록 해 도시관광과 중심시가지활성화를 함께 도모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해외 성공사례에서는 해당 시장이 갖는 역사문화적 가치와 건축 및 공간적 가치를 발굴하고 보존하고 활용해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중심시가지 활성화를 함께 도모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 2007년도까지 추진해온 전통시장 활성화 관련 사업은 대체로 낙후되고 지저분한 전통시장의 시설을 현대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물론 시설의 현대화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사업이지만, 일본의 경우가 그랬듯이 단순한 시설현대화에 의해서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본의 경험이다. 즉 시장이 우리에게 주던 그 분위기와 가치, 맛과 멋을 함께 사라지게 해 전통시장이 주던 매력은 지역의 이미지와 정체성 형성에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도부터는 문화와 관광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지역적 정체성 형성과 지역경제활성화를 더욱 높이게 된다는 것이 몇 가지 활성화 사례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에서도 일반인들이 시장의 맛과 멋을 사진과 글을 통해 소개하면서 소위 ‘생활의 발견’, ‘시장의 발견’을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이 활성화 돼 있지 않다고 해서 외면할 필요는 없다. 언젠가 여러분이 사는 공간도 다른 이들이 모른 체 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통시장은 우리의 시장이고 우리 지역의 시장이고, 우리의 추억과 역사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미국의 미트패킹지구는 250여곳의 소와 돼지 도살장, 정육점, 고기포장 공장 등이 밀집하였던 곳이 지금은 고급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아트 갤러리 등이 들어서면서 기존의 도살장과 함께 뉴욕의 매력을 만들어낸 곳이며, 오레오쿠키를 개발한 나비스코 과자 공장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전통시장인 첼시마켓은 도심재생, 중심시가지활성화로 유명한 사례이다. 모두 뉴욕이라는 초일류 도시에 있는 전통적인 상업공간인 것이다. 왜 뉴욕과 같은 초일류 도시가 초현대식 건물과 초현대식 공간으로 채우지 않고 전통을 보존하고 활용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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