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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은어·황복·꼬마 물떼새 돌아오는 한강복원 꿈꾸며

 

지난 3월 30일 대한하천학회와 서울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주최한 ‘서울 한강의 생태적 복원’이라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에서는 서울과 경기도를 지나는 한강하류 구간의 생태복원과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서울의 잠실보, 경기도의 신곡보를 철거하고 하얀 모래사장과 숲이 있는 한강을 복원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1980년 초반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된 소위 ‘한강종합개발’로 사라진 한강의 옛 모습과 생태계를 복원하자는 주장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서슬퍼런 군사독재 정권에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나, 환경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큰 국가행사를 앞두고 강물이 풍부하고 유람선이 떠다니는 한강을 목표로 진행된 한강종합개발은 이후 20년 이상 한강 하류의 모습으로 굳어졌다.

60~70년대 초반까지 한강은 여름철 수십만의 시민이 강변에 나와 강수욕을 즐기던 곳이었다. 압구정동, 뚝섬, 광나루 앞 등 곳곳에 넓은 백사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께 진상하던 은어가 왕숙천에서 잡히는 은어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한강하류에서 잡히던 황복은 그 뛰어난 맛으로 인기가 있었다.

지금도 김포와 고양에서 어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황복을 최고의 어종으로 꼽고 있다.

이렇듯 한강의 옛 모습을 복원하려는 노력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소위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수천억의 예산을 들여 진행하고 있고, 매년 수십만 마리의 은어치어를 한강에 방류하고 있다. 하지만 한강에 은어가 돌아왔다는 소식이나 넓은 백사장과 자갈밭이 되살아나 시민의 휴식처와 강변의 자갈이 썩인 모래 밭에 알을 낳는 꼬마물떼새의 보금자리가 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한강종합개발사업의 핵심은 수량과 수심 확보를 위해 한강을 거대한 호수처럼 만들어버린 신곡보와 잠실보 건설, 한강의 호안을 완만한 경사의 모래밭에서 직선과 직각의 호안으로 만들어버린 고수부지 정비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한강의 옛 모습과 생태계는 복원될 수 없다.

이번 토론회에서 한강하류의 두 개의 보가 수질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국토부에서는 한강종합개발이후 한강 수질이 1984년 BOD 기준 ‘6.8mg/L(한강대교), 15.7mg/L(가양대교)이었으나, 2007년 3.5mg/L과 3.0mg/L로 크게 개선됐다’고 마치 보의 건설이 수질 개선에 역할을 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80~90년대 한강의 수질이 개선된 것은 한강하류의 하수도 보급률이 높아진 결과이며, 하수관거 보급률을 100% 달성한 2000년 이후 수질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또한 보의 해체가 수질개선을 가져왔음을 보여주는 연구는 국내(고양 곡릉천, 울산 태화강 등) 및 해외에도 충분히 보고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수돗물의 수량 확보를 위해서 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용수를 팔당호와 팔당댐 바로 아래서 취수하고 있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주장일 뿐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김문수 지사는 4대강 살리기, 경인운하사업과 연계해 고양시에 이산포터미널을 설치하고 보를 한 개 더 건설하자는 주장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 전국적으로 소위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전국적으로 16개의 보를 건설해 물을 가두고, 이를 통해 수량과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이 연상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잘못 끼워진 단추는 처음부터 다시 끼워야 한다.

한강에 되살아난 은어가 안양천으로 탄천으로 중량천으로 되돌아오는 날을 꿈꾸며, 수천만년 흘러온 강과 그에 깃들어 살아온 인간을 비롯한 생명이 살 수 있는 강 살리기의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명균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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