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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호주 인상 1

호주인 느긋함, 이방인은 고역
한국인 근면 배우면 성장기대

 

연구년을 맞아 호주 시드니대학에 방문교수로 온지 1달이 조금 지났다. 전부터 호주는 몇 가지 면에서 나의 흥미를 끄는 나라였다. 우리에게 친숙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북반구에 있는 반면 호주는 남반구에 위치한다. 거대한 대륙 전체가 한 국가인 곳은 호주 밖에 없다.

호주는 원래 애버리진이라 부르는 원주민들이 살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백인 위주의 백호주의 국가로 인종차별이 심하다. 호주는 200여 년 전 영국이 죄수를 데려와 세운 식민지로 출발하였다. 호주의 여름은 우리의 겨울이다. 쇠고기, 양모, 석탄, 철광석 수출 등을 제외하고는 별로 뚜렷한 기업이 없으면서도 호주의 GNP는 우리의 2배를 넘는다.

550여개의 자연 공원과 15개의 세계유산 등록 명소를 간직한 호주에서는 늘 대자연을 가까이 할 수 있다. 특히, 고유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가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몸소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관광지들이 풍부하다.

이런 것들이 호주에 오기 전 내가 가지고 있던 상식이었고 이번 기회에 호주에 머물면서 진짜 호주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호주는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면 10시간이 조금 안 걸려 도착하는 가까운 나라였다.

15시간 이상 걸리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비교가 된다. 또 우리와 시차가 거의 없어 도착하자마자 몸이 적응되는 것도 호주가 가진 장점이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지나는 우리나라와 달리 3시간 이상을 날아도 호주 영토인 것을 보며 크기에 놀랐다.

그러나 호주에 도착해 가장 크게 놀란 것은 엄청난 인종의 다양성이었다. 나의 견문이 짧아서인지 백호주의의 호주에서 백인 이외의 다른 인종을 거의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관광객들이 많아 그러려니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한 주간 임시로 묵었던 시드니의 스트라스필드 역 근처에는 온통 한국인, 중국인, 인도인, 이슬람 국가 사람, 흑인들로 넘쳐났고 오히려 백인을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 온 남녀 청소년들이 이처럼 많은지는 처음 알았다. 오기 전 간혹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간다는 학생들을 만난 적이 있었지만 이제 이들은 시드니에서 소수가 아니었다. 시드니 시내 중심인 시티뿐만 아니라 어디에 가더라도 이들이 상점에서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길을 걷다보면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렸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자녀들이 먼 타국에서 생각지도 않은 일을 하는 것을 부모들이 아는지 궁금했다.

좋게 생각하면 영어를 배우고 국제적 감각과 자립심을 키울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다. 호주에 오고자 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세심한 지도가 필요해 보였다.

호주는 전국이 주택 열풍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땅은 넓지만 거주하기 적당한 곳이 적어 그런지 몰라도 서울 주택보다도 가격이 비싸 보였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로즈 지역은 시드니 중심에서 떨어진 곳이지만 방 하나짜리 아파트 가격이 4억원 정도부터 시작한다. 집 값이 비싸다보니 주택 임대비용도 상상을 초월한다. 광고에 나온 임대료를 보고 괜찮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한 달 임대료가 아닌 한 주 임대료였다.

이러다 보니 일반주택을 부수고 서울처럼 아파트를 짓는 곳이 늘고 있다. 놀랍게도 주택 가격 상승에는 중국인들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있다. 중국 경제가 커졌다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궁금하고 소문이길 바랄 뿐이다.

호주의 자연과 기후는 예상대로 좋았다. 항상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볼 수 있고 가시거리가 길어 풍경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산책을 좋아하는 호주인을 보면 여유롭다. 그러나 호주인의 느긋함이 잠깐 머무는 사람에게는 고역이다.

한국인의 근면함과 효율성을 호주에 도입한다면 호주 경제가 몇 배는 성장할 것 같다.

시드니의 명물 오페라하우스가 흰 색이 아니라 베이지색 타일로 덮여있다 하는 사소한 발견은 지면 관계로 생략하고 내년 1월 귀국하기 전 호주 인상 2, 3 등을 통해 내 생각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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