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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똑똑한 사람들의 어리석은 결정

과잉자신감 의사결정 걸림돌
사회통합 해결능력 증명을

 

화려한 봄날이 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나라 5월의 풍광만큼 아름다운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화성 꽃길을 몇 번이나 거닐었다. 두어 번 더 다니다 보니 풍광 구경보다 지나온 세월에 대한 회한에만 잠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 지난날의 어리석은 결정들…. 봄날은 항상 회한으로 끝나나 보다. 그래서 남은 세월 한 번이라도 더 후회 없는 결정을 하고 싶다.

이게 6월2일 지방선거를 기다리는 이유 일게다. 이번 선거는 향후 4년 간 우리 살림살이에 적지 않는 영향을 주는 여덟 자리 공직자를 선출하는 ‘복잡한’ 선거이다. 이에 세상사가 복잡할수록 잘못된 결정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복잡계(Complex System)’ 문제를 걱정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경기도민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능력을 가진 비교적 젊고 ‘똑똑한’ 계층이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4분의 1(23%) 쯤을 차지하는 여론주도층이기도 하다. 수도 서울에서 내려지는 거의 모든 중요 의사결정의 밑그림은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의 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도 한다.

인구증가율이 다른 지역의 2배이고 노령인구 비율도 적기 때문에 고령화 추세 속에서도 적어도 2030년까지는 국내여론의 주도적 위치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가진 계층이 항상 좋은 결정을 내린다는 보장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과잉자신감(Overconfidence)이다. 작은 성공이 누적되는 가운데 쌓아진 ‘과잉자신감’은 자신이 타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모든 세상 모든 중요한 해결과제도 자신의 능력으로 통제가능하다고 생각하게 한다. 이 결과는 앞날을 과도하게 낙관하는 가운데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게 한다고 한다. 이에 모든 일, 특히 투자나 선거와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항에 관한 간단한 질문을 자신에게 하고 대답이 모두 ‘그렇다’이라면 ‘과잉자신감’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못 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 질문은 ‘나는 평균(50%) 이상의 훌륭한 운전자이고 유머를 잘 이해하며 나의 직업능력도 평균 이상인가?”이다. 2007년 이후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인다는 미국 금융계의 위기는 ‘과잉자신감’을 견제할 인식론적 고려가 부족한 때문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똑똑하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은 미래에도 항상 좋은 결과를 낳도록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환상에 빠지기 싶다. 예컨대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펀드 매니저가 올리는 수익은 결국 시장평균보다 나쁜 경우가 많다. 이는 자본시장은 비용효과를 극대화하는 경쟁체제를 유지하지만 그 펀드 매니저는 자신감으로 감행한 수많은 의사결정 단계마다 많은 수수료를 거둬가기 때문이다. 반복된 몇 번의 작은 성공은 자신의 결정이 항상 옳다는 환상을 심고 결국 ‘현명한 사람들의 잘못된 결정’을 유도한다. 이른바 ‘헛똑똑이’ 현상이다. 이 같은 우려는 사회과학 조사방법론에서 말하는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가치관의 내재화(內在化)’ 현상으로도 설명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일수록 외부비판을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창의성 구현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학문세계의 고민이 선거와 같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도 나타날 수 있으나 이를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 ‘탈레브(Nassim Taleb)’라는 학자가 제시한 ‘블랙 스완’ 효과란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사고(思考)나 전략, 행동양식 등’을 말한다. 백조는 보통 흰색이지만 세상 어디엔가에는 검은 백조도 있다.

빈부갈등, 세대 간 갈등, 지역 간 다툼, 그리고 진보-보수의 이해상충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치유할 ‘검은 백조’를 찾아야 한다. 이를 잘 찾는 사람이 이 시대의 진정한 지도자이다. 이번 선거는 다양한 공직자들을 한꺼번에 선출하는 ‘복잡계’ 문제이다.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이에 ‘블랙 스완’ 효과를 나타낼 조건들을 두루 갖춘 경기도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복잡한 사회통합 과제를 멋지게 해결하는 능력을 증명하기를 빈다. 그래야만 진정한 우리나라 미래성장의 중심지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과잉자신감’에서 빚어지는 ‘헛똑똑이’ 결정을 조만간 더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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