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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투표하는 자질도 국가경쟁력이다

 

투표는 불의를 퇴치하기 위해 인간이 고안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투표용지는 총알보다 더 강하다.’ 링컨대통령의 말이다. 아주 힘이 센 사람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아주 허약한 선량을 단상(壇上)으로 올려놓기도 한다.

6.2지방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도 이번 지방선거가 갖는 진정한 의미가 유권자들에게 깊게 각인되지 못한 듯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덟 가지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만큼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투표에 나서야 할 텐데, 후보자들만 바쁜 선거전인 듯 해 안타깝다.

투표율은 얼마나 될 런지? 예년수준은 넘어 갈 런지? 투표는 말없는 행동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반대하기 위해 투표한다. ‘나와 가족을 위해 투표로 말하세요’라는 선거구호가 유독 눈에 띤다. 투표는 내 목소리를 담아내는 확실한 의사표현이다.

우리 일상과 가장 밀접한 문제를 다루는 ‘친숙한 일꾼’을 뽑는 선거다. 쓰레기 수거문제, 상하수도, 버스노선과 교통, 환경오염, 교육문제 등이 주된 대상이다.

나와 가족을 위해 참된 지역일꾼을 뽑아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다. ‘나 하나 투표 빠져도 괜찮겠지’하는 생각은 중요한 자기 권리를 포기하는 행동이다. 나 때문에 전체의 양상이 바뀔 수도 있다. 얼마나 소중한 표인가. 한번 기권하면 8표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선거다. 유권자가 가장 분명하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투표할 때이다.

단체장이나 의원들이 비리로 구속돼 울분을 갖게 한 경우도 한둘이 아니다. 잘 뽑아야 한다. 4년을 간다. 당신의 투표가 헛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드골대통령은 “정치가는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 자신이 믿지 않기 때문에 남이 그것을 믿는 것을 보고 놀란다”고 했다. 정치가의 거짓말을 꼬집은 일화다.

정치가만큼 거짓말을 더 쉽게, 더 많이, 더 그럴듯하게 꾸며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순박한 유권자가 현혹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많은 선거를 경험하다보니 현명해졌다. 냉정을 잃지 않는 슬기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유권자는 고객이자 상전이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통해 그들을 저울질하고 가늠해 귀중한 표를 던져야 한다.

대충 공란만 메우는 투표는 안 된다.

일할 수 있는 ‘사람다운 사람’을 뽑는 일은 당선되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사람의 됨됨이(인물), 무엇을 할 것인가(공약), 어디에 속해 있는가(정당)가 표를 던지는 표준적인 척도일 듯하다.

물론 후보를 고르는 기준이야 유권자마다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몽테스키외는 그의 유명한 법의 정신에서 “한 나라의 정치풍토와 제도는 결국 그 나라 유권자의 의식수준을 반영할 따름이다”라고 설파했다.

누굴 탓하랴. 정치풍토의 저질화는 결국 유권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우리 유권자의식 수준이 이것 밖에 되지 않고 있음을 오히려 자탄해야 할 것 같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유권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듯 하다.

선거구호대로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투표로 말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한다.

선거가 민주주의 축제라는 유권자의식과 함께 투표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

‘그 놈이 그 놈’이라며 무엇을 기대하겠느냐는 냉소적인 태도는 옳지 않다.

투표는 행동언어다. 투표는 정치 행위다. ‘정치꾼이 아닌 일꾼’을 뽑는 것이야말로 지방자치의 밑둥치를 튼실하게 하는 일이다.

언론의 자유, 투표의 자유, 다수결에 대한 복종 이 세 가지는 곧 민주주의다.

민주주의 교과서에서는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진정한 봉사를 하는 정치인들이 정말로 있을까? 의심을 갖게 하지만 당신의 투표지가 탄환보다도 더 무서운 위력을 발휘해야 할 이유다.

투표하는 자질도 이제는 국가경쟁력임을 인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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