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육시론] 청소년 미혼모, 사회적 편견이 제일 무섭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는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여학생에게 자퇴를 강요하는 것은 차별행위라고 했다.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해당 학교장은 교육청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임신을 이유로 자퇴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학습권 침해로 청소년 미혼모에게도 교육 받을 권리는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임신 때문에 K여고에서 자퇴해야 했던 K(19)양이 제기한 진정 결과도 공개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교사의 75%가 임신 학생이 주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재입학을 요청하면 ‘어떻게 임신한 학생이 우리 학교를 다닐 수 있느냐’며 ‘미혼모들은 퇴학 안당하고 소문 안 나려면 자퇴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최근에는 아이를 직접 기르는 미혼모들이 늘어나 지난해 82%가 양육을 선택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20~30%에 불과했던 양육이 3배나 늘어났으며 입양은 18%에 지나지 않았다. 아이를 입양 보낸 미혼모는 6개월~1년 정도 심하게 방황을 하며 술을 먹고 정신 질환을 앓기도 한다.

자신을 학대하다가 청소년 미혼모들은 금세 두 번째 임신을 하는 경우도 많다. 2008년도에 19세 이하 청소년의 출산은 공식통계만 3천300여 건이었다.

어린 친구들이 임신하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인 결함 때문이지 성적으로 문란해서가 아니다. 열일곱에 두 번째 임신을 한 친구는 학교 다닐 기회도, 자립할 수 있는 환경도 아이를 양육할 수도 없어 너무 외로웠고 고립돼 어쩔 수 없었다고 울부짖는다. 아이들에게 책임만 지우는 건 비겁한 기성 세대의 전근대적인 행태이다. 그네들이 꿈을 다시 찾고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의무가 어른들에게 있다. 10대 미혼모, 공교육에서는 그들을 쫓아내고 언제까지 쉼터나 모육원시설에서 후원금으로 편견 많은 사회를 등진 채 피해 살아야 하는가. 이제는 사회와 국가에서 감당해야 한다. 미혼모가 학업을 마치지 못하면 자립하기 더 어렵다. 10대 미혼모들이 공부를 해야 취업할 수 있고, 취업을 해야 자립할 수 있으며, 자립만이 청소년 미혼모가 재임신을 반복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미혼모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줘서 자립하도록 도와주면 사회에도 큰 도움이 된다. 미혼모들이 자립하지 못하면 그 자녀들까지 어렵게 살 수밖에 없다. 인권위에 따르면 청소년 미혼모의 87.6%가 공부를 계속하길 원하지만 실제로는 3분의 1이 학교를 그만뒀다. 미국에서는 1972년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학교는 학생의 임신을 이유로 교육을 거부해선 안 된다는 법을 제정했다.

청소년이 임신·출산 뒤에도 학교를 계속 다닐 경우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제도도 있다. 교실에서 공부하는 동안 교내 탁아시설에서 아이도 맡아준다.

청소년 미혼모만을 위한 특수 고등학교도 있다. 영국은 16세 미만 미혼모의 경우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청소년 미혼모는 출산 전후를 합쳐 18주까지 쉴 수 있다. 독일에서는 임신이나 출산으로 청소년이 결석할 경우 출석으로 처리된다. 휴학도 가능하다. 청소년 미혼모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대만도 2007년 9월부터는 ‘학생 출산 휴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혼모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호주도 연방정부가 미혼모에게 매달 100만원 상당의 생활비를 주고 있다.

우리의 경우 ‘학력이 대체로 낮고, 불안정한 직업에 종사하며, 자취나 하숙을 하고, 성에 대한 가치관이 개방적이고 충동적이며,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고 부모와 떨어져 사는 사람’이라고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미혼모를 이렇게 정의해 미혼모와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한 여성에 대한 낙인이 거의 없는 선진국들과는 달리 한국의 미혼모는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 냉대를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9년 실시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미혼모는 동성애자 다음으로 가장 많은 차별을 경험하는 집단으로 인식된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미혼모가 부도덕한 여자 또는 판단력이 없어 도와줘야 하는 불쌍한 여자라는 뿌리 깊은 편견 때문으로 이해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 입양되는 아동의 90% 이상이 미혼모의 자녀들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냉대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해외입양율로 나타난다. 미혼모를 죄인 취급하는 사회분위기와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공적인 영역에서부터 미혼모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