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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학교폭력은 학교 폐쇄성의 산물이다

 

인천 소재 중학교에 다니던 쌍둥이 G군 형제는 지난 2008년 4월부터 근 8개월동안 같은 학교 학생으로 부터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괴롭힘을 당해온 G군 형제는 병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심각한 사태로 발전했다. 주변의 학생들이야 이런 사실을 알고 그러지 말라는 충고를 했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쉬쉬 했을테지만 담임교사는 이를 전혀 알지 못했을까. 근 8개월동안 이뤄지는 학교폭력에 대해 담임교사가 이를 알지 못했다거나 혹은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이사건은 법정까지 갔고 법정은 담임교사의 과실을 인정했다. G군의 아버지는 담임교사가 학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법 민사8단독은 판결문에서 “G군 등에 대한 폭행이 학교에서 수 개월에 걸쳐 장기간 지속됐으므로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동향을 보다 면밀히 파악했다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판시했다. 판결은 학교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해 학교측의 주의의무를 일깨워 주고 있다. 학교내 폭력은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폭력 못지않게 학생들간 벌어지는 폭력이 심각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학생들간 폭력은 우선적으로 담임교사가 폭력 인지 능력을 갖춰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만 학교내에서 학생들간 폭력이 심심치 않게 자행되고 있지만 교사들은 폭력행동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해 적극적으로 해결할려고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폭력이 우려했던것 보다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손을 쓸수 없을 단계에 와 있을 수도 있다. 또 초·중학교의 경우 남자교사 보다 여교사 많다보니 폭력해결에 미온적일수 있다. 폭력에 가담해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무사안일도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학생들간 폭력 못지 않게 교사들의 학생 폭력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교사가 학생에게 도를 넘은 폭력을 상습적으로 행사했다는 ‘교단폭행’ 폭로가 잇따르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얼마전 한 학부모단체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 교사가 어린 학생에게 욕설을 하면서 뺨을 때리다 바닥에 넘어뜨리고는 발로 차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누가보더라도 교육적 목적의 ‘사랑의 매’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무차별 폭력인 것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가 지난해 학부모들과 상담을 한 결과 전체 522건 중 32%인 173건이 교사에 대한 불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교사의 체벌과 언어폭력, 자질 등의 문제였다. 이렇듯 학교내 폭력이 심각한 지경인데도 학부모들이 폭력교사 문제를 터놓고 호소할 데가 없다는 점이다. 앞서 지적한 교사 폭력사건의 경우에도 학부모들이 교장에게 한 달 전부터 항의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교장은 “아이들에게 꼬리표가 남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라고 협박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학교 측의 ‘제식구 감싸기’ 태도가 교사 폭력을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교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폭력 교사의 신고와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상습 폭행교사는 교단에서 퇴출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폭력교사를 근원적으로 걸러내기 위해 학부모와 학생이 참가하는 교원평가제를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동안 폐쇄적인 운영으로 학교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선 초·중·고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방식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은 지난 23일 학교폭력의 축소·은폐를 막기 위해 자치위원회 회의 기록을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6일 발의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자치위원회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대부분 교장이 임명한 사람들로 구성돼 폭력 사건을 축소·은폐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 왔었다.

실제 지난해 8월 현재 교육과학기술부가 파악한 자치위원회 심의건수는 2천80건이었지만 학교 폭력으로 경찰청에 접수된 것은 2만4천825건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우리학교에서 괜스리 문제가 발생해 상급기관(교육청)에서 알게 되면 시끄러워지니 그냥 알아서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습성에 젖어 온 일선 교사들의 학교 폐쇄성에 대한 돌파노력이 필요하다.

교육기관이 이렇게 폐쇄적이어서는 곤란하다. 학교폭력을 뒤덮이면 또다른 폭력을 낳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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