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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야생동식물 보호방안 마련하자

 

고양시 백로 집단 서식지 파괴는 인간이 동물에게 얼마나 지혜롭지 못한 참혹한 생명파괴 학살을 자행한 현장의 일면인지 잘 보여줬다.

이곳은 한 건설업체가 잣나무, 버드나무, 단풍나무 등 조경수를 식재해 조경수가 자라면서 인근 공릉 천을 오고 가며 먹이 터로 삶고, 3년 전부터 쇠백로, 중백로, 중대백로, 황로 등 1천여마리가 집단 서식하는 새 가족의 아늑한 보금자리였다.

그런데 사유지 개발이란 미명하에 소유주인 건설사 측은 전기톱과 장비를 동원, 무차별 벌목으로 백로들의 둥지와 보금자리가 있던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는 무도한 행위를 저질렀다.

그로 인해 나무에 둥지를 튼 채, 새 생명의 잉태를 위해 기대리던 이제 갓 낳은 알과 연약한 어린 새끼 300여 마리가 추락해 깨지고 나무에 깔려 죽었거나 150여 마리가 다리가 부러졌고, 날개가 꺾여 비틀거리며 죽어갔다.

이곳은 보편적 상식을 가진 인간이라면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는 생명경시 사상과 생태평화를 무시하는 인간들의 이른바 ‘킬링필드’의 현장에 다룰 바 없었다.

둥지에서 추락해 쓰러져 신음하던 백로들의 고통, 잔인한 인간들을 향한 원망의 눈빛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던 그 어리고 약한 백로들의 울음소리, 새끼를 지키기 위해 창공을 맴돌며 가족을 잃은 어미 백로들의 절규, 그들 모두는 귀 먹 어리였고 장님이나 다를 바 없었다.

법과 절차에 앞서 아무리 사유지라 하더라도 천 여 마리 이상의 새들이 찾아와 둥지를 이루고 가족과 함께 생명을 잉태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집단 서식지를 무차별로 훼손해 버린 인간. 그들의 어리석음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고양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사람과 자연에 대해 겸허하게 성찰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상생과 공존의 평화로운 터전으로 거듭나기 위해 시민사회, 그리고 관련 환경단체와 연대, 야생동식물의 보호를 위한 분명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다시는 이번과 같은 백로가족의 절규로 가슴 아프게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중오<고양 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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