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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학업 성취도 평가, 이것이 문제다

 

‘일제고사’라는 이름으로 지역별 공동출제·일제실시의 시험을 치르던 1970년대까지의 학교교육에는 심오한 교육이론이 별 필요가 없었고 교원양성대학의 교육학 강의는 학점이수를 위한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좋은 점수가 뛰어난 지도법에 달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매일 오후 전력을 다해 필경(筆耕)한 모의시험지를 이튿날 0교시에 나누어주는 순간 누에가 뽕잎 먹듯 온 교실에 연필소리만 들리게 하면 그만이었으므로 더 잘 가르치기 위한 교재연구나 생활지도를 위한 훈화의 필요성조차 의심스러웠다.

실험·관찰·조작·견학·조사·토의·토론 등 활동적인 수업을 잘 전개해보고 싶어도 교장실에 붙은 그래프의 높이가 낮아지면 할 말이 없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고르기·단답형 문항으로 된 그런 시험을 잘 치르게 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활동적인 수업은, 차라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도 효과는 적은 골치 아픈 교육방법일 뿐이었다.

교육이란 것이 그렇게 한심한 수준이었으므로 일제식·주입식 교육을 탈피하고자 노력하는 교사보다는 숙제나 많이 내주고 일제고사의 평균점수를 높여주는 교사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당연했다.

다만 교원연수를 받을 때는 으레 “사고력, 창의력,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는 강의를 듣게 되고, 그럴 때마다 일제고사에 찌든 현실을 비관하면서 ‘이게 아닌데!’를 되뇌었을 뿐이었다.

올해도 그 ‘일제고사’가 생각나게 한 전국 학업성취도평가가 지나갔다.

언론은 처음부터 사건·사고 취재 형태의 기사를 실었다. ‘진보교육감, 교원평가도 No, 일제고사도 No’ ‘친전교조 교육감-교과부 충돌 현실로’ ‘○○교육감 ‘학업성취도평가 학생선택에 맡겨’ ‘교과부, 결국 레드카드 꺼내나’ ‘최후통첩 vs 요지부동’ ‘전교조 1박2일 반대투쟁’ ‘○○교육감, 교과부가 보낸 공문 변조’…. 학자들의 평론도 다름없었다. 학업성취도평가 거부는 ‘反교육’임을 강조하거나 학력평가는 잘 가르치기 ‘경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뿐이었다.

심지어 평가 실시 당일 전국적으로 193만 명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평가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이 예상보다 적은 것을 확인하고는 ‘433명만 안 봤다’는 기사를 썼고, 그것도 결석 처리를 놓고 혼선을 빚는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사활을 건 줄 알았던 전쟁이 싱겁게 끝나고만 분위기를 취재한 것 같았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요즘도 공부를 그렇게 시키고, 그런 시험을 보나?” 사실은 그게 주요 관심사가 돼야 한다.

수학능력고사가 초·중등교육을 좌우하듯 평가는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지식을 배우게 해야 한다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는 뜻이다.

어느 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는 평가와 관련한 수업파행을 엄격히 지도하라고 요청했다”면서 학교현장 사전점검을 강조했지만, 그런 기사는 보이지도 않았다.

교과부나 교육감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분명하고 중요한 문제가 있다. 학교는 평가를 앞두고 왜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수업파행을 저지르는가. 심지어 초등학교까지도 숙제를 터무니없이 많이 내주고, 문제풀이식 수업을 일삼으며, 0교시 수업과 야간자율학습까지 실시하는가. 우리나라 학업성취도평가 수준이 아직도 겨우 그 수준에만 머물고 있는 것인가. 그것이 사실이고, 수업파행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그런 평가문항이라면, 굳이 그 파행을 막을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우리 교육이 30~40년 전과 다른 점이 겨우 드러내놓고 일제고사에 대비하던 그 파행을 행정력으로 막는 정도의 ‘발전’에 그치는 것인가….

명심할 것이 있다. “한국의 교육을 보라!”고 한 그 오바마 정부에서는 교육계, 재계와 힘을 합쳐 비판적 사고를 통한 문제해결력,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창의력과 혁신능력 등을 21세기 미국 학생들에게 길러주어야 할 필수역량으로 삼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 교육이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문제풀이식’이 가장 유효한 교육이 되고 있다.

“학교교육에는 이 평가 외에도 본질적이고 중요한 요소가 분명히 있다”는 메시지를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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