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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한전, 전기요금 올려 성과급 잔치하나

 

6.2 지방선거도 끝났고 7.28 재·보궐선거도 끝났다.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들고 나왔다.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을 각각 3.5%, 4.9% 올리고, 시외버스 운임도 4.3%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이 인상계획은 이미 이달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아차 하는 순간 도시 서민들은 공공요금 인상안에 억 소리도 못하고 하늘만 쳐다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전기요금은 작년 6월에 평균 3.9% 인상한 지 1년도 채 안 돼 추가 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담당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전력 수급과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 누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고, 인상 폭도 작년 수준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기요금 인상안이 정부가 주장하는 만큼 절박한 수준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더욱이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이 전반적인 물가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물가불안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의 형편을 살펴 전기요금을 또 올리겠다고 나서는 마당에 한전은 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한전은 공공기관 2009년 경영평가에서 가장 높은 S(탁월) 등급을 받아 관련규정에 따라 1만9천여명의 전 직원에게 기본임금의 500%를 성과급으로 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전 직원들이 3차례에 걸쳐 나눠 받는 성과급 총액은 3천600억∼3천700억원으로 한 사람당 평균 1천8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경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규정대로 성과급을 주는 것이라고 하니 이는 전 임직원이 합심협력해 거둔 경영실적에 대한 응분의 보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액의 성과급 지급 소식에 의아해하는 시선이 쏠리는 것은 바로 한전이 올해 상반기에만 2조3천억원을 웃도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파악한 바로는 한전의 작년 말 현재 누적부채는 29조원으로 전년보다 11%가량 불어났다. 물론 부채 문제가 한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다수 공기업이 거액의 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성과급 지급의 기준이 되는 공기업 경영평가라는 것에 대해서도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의하면 한전은 경영평가에서 리더십 전략과 경영시스템 효율화, 주요 경영성과 등 3개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원전수출과 1조4천292억원의 예산절감을 했고 정렴도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공기업의 최우선 개념을 등한시한 평가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에서 지적한 한전의 누적 부채규모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전은 상반기에만 2조3천여억원의 적자를 내고도 성과급을 500%씩이나 지급하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자 무척 억울해하고 있다고 한다. 공기업 성과급은 민간기업과는 달리 급여 일부를 사전에 성과급 재원으로 분류해 놓은 다음 ‘경영실적평가’에 따라 지급하는 것일 뿐이라는 해명이다. 또 적자 누적은 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산업용 전기판매가 크게 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나 한전 측이 전기요금 추가 인상 불가피론의 근거로 내세우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전 측의 해명에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적자 속 성과급 지급이 설령 관련규정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과연 일반 국민의 정서에 들어맞는지는 한번 냉정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적자 누적이 주로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해도 한국의 대표적인 공기업으로서 적자를 줄이려고 스스로 허리띠를 더 졸라매며 안간힘을 쓰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정부는 정부대로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에 보완할 점은 없는지 다시 세밀하게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만 하면 수백 %의 성과급을 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그게 과연 합당한 것인지를 자문해 봐야 한다.

정부도 마침 공기업 선진화가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만큼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아울러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을 더욱 높이고자 성과에 따라 연봉에 차이를 두는 성과 연봉제 등을 도입한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임기 초 의욕적으로 착수한 공기업 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고삐를 더욱 팽팽히 당겨야 한다.

구조조정 없는 한전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1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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