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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확한 용어사용으로 역사의식 바로잡자

100년 전 8월 29일, 우리 민족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국권 상실이라는 치욕의 역사를 갖게 됐다.

‘한일강제병합(韓日强制倂合)’이라는 뼈아픈 사건에 앞서 최근에는 ‘합방(合邦)’이냐 ‘병합(强制)’이냐는 용어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이 사건을 ‘한일합방조약’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끝에 조약을 붙여 마치 나라를 빼앗을 의도가 없었던 것처럼 꾸몄다.

‘을사늑약’을 ‘을사보호조약’이라고 한 것과 같이 조선 침략 의도에 대한 속내는 ‘눈 가리고 아웅’한 식이다. 우리도 ‘합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병합된 것에 대한 수치를 무의식적으로 방어하기도 했다.

‘합칠 합’ 자에 ‘나라 방’자로 이뤄진 ‘합방(合邦)’이라는 용어는 둘 이상의 국가가 상호 합의에 의해 한 나라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우를 병’에 ‘합할 합’으로 쓰이는 ‘병합(强制)’은 외국 영토의 일부나 전체를 자국 영토에 편입하는 것을 말한다.

두 단어는 유사한 듯 보이지만 100년 전의 사건을 우리 스스로 한일합방이라 칭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또 합방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역사의식, 민족의식을 떠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경기도의 역사를 설명하는 사이트에도 ‘…그러나 곧 경술국치로 한일합방으로 일제 강점기에 접어드는 바람에 모든 것이 변경됐다…’, ‘1910년 도청을 수원에서 경성부(서울)로 이전…경기도에 편입(한일합방)’ 등과 같이 ‘합방’이라는 용어가 여과 없이 사용되고 있다. 또 각 지자체의 홍보 자료 등에서도 ‘한일합방’ 100주년을 기념(?)한다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합방’과 ‘합병’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확한 용어의 사용은 사건의 의미를 정확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치욕의 역사일수록 처절하게 기억해야 한다.

민족의 의지와 상관없이 잃고 되찾음을 반복해야 했던 8월, 반성의 역사의식이 절실하다./권은희<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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