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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다문화를 바라보는 혜안 필요한 때

1997년에 개봉됐던 영화 ‘애니깽’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문명 부강한 나라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농민, 군인, 백정 등 여러 신분의 사람들이 망망대해를 건너 멕시코 메리다 항구에 도착한다. 꿈과 희망을 안고 도착했지만 그들은 곧바로 사탕수수 농장에 노예로 팔려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만 하는 처참한 생활을 한다. 그들의 꿈과 희망은 고된 노동으로 바뀌었다.

‘애니깽’은 이들이 노역에 동원돼 수확한 사탕수수를 부르는 말이다. 1905년 강제이주 방식의 노예로 팔려간 사람들은 멕시코 사람들에게 그저 사탕수수 수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던 것이다.

비단 우리 역사에 이런 안타까운 일들은 이것만이 아니다. 1960년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독일로 떠난 광부와 간호사들도 있었다. 그들 역시 멀리 타국에서 갖은 멸시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생활했다. 우리는 이처럼 뼈아픈 과거를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 단일민족을 자랑으로 여겼던 우리나라도 베트남·필리핀 출신 등의 결혼이민자가 18만명을 넘어섰고, 그 자녀도 12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다문화 가족이 우리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형태로 자리잡은 것이다. 하지만 다문화가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배타주의와 우월주의가 남아있는 것 같아 아쉽다.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 덜 발달된 나라라는 인식이 그 나라에서 온 결혼이민자를 함부로 대하고 그 자녀에게까지 차별을 주고 있다.

약간의 ‘다름’이 우리가 바라보는 따뜻한 눈으로 ‘같음’이 될 수 있다면 그들에게 저마다의 꿈과 희망이 가득한 우리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애니깽’과 같은 가슴 아픈 단어를 그들에게 은연 중에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멀리 타국에서 온 이방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문화도 우리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신영우<인천계양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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