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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기원한다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자살추정이라는 출동지령을 받고 현장에 도착해보니 아기를 업은 아주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용은 1시간 전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 아기를 데리고 잠깐 나갔는데, 집을 나오기 전 남편이 지금 나가면 죽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것이다. 불안하다며 빨리 확인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신속하게 로프를 이용해 내부로 진입해 보니 장롱 옷걸이에 넥타이로 목을 매고 이미 주검이 돼 버린 남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신임직원이었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이런 광경을 목격하고 한동안 충격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던 적이 있다.

한국은 지난 5년 동안 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하루 평균 1천명 정도가 자살을 시도하고 있고 실제 35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하루에 35인승 대형버스 한대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의 통계적 수치를 살펴보면 한국은 ‘자살공화국’이란 오명(汚名)을 벗을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는 최근 대통령에서 톱스타에 이르기까지 자살 관련 보도를 자주 접해 왔다.

삶이 버거우면 자살은 늘게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단지 사업에 실패했다고 그저 돈이 없어 실연을 당했다고 자살률이 높다면 그것은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 공통의 문제가 돼야만 할 것이다. 물론 우리를 자살로 모는 이야기의 핵심엔 경제력으로 대표되는 돈이 있고 그것을 매개로 파생되는 주변의 인간관계가 있지만, 그 이야기의 마지막엔 주변으로부터 혼자 고립돼 외로웠던 한 인간의 이야기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모두가 이렇게 메마른 삶들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제라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챙겨 보도록 하자. 더 이상 현장에서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GDP가 몇 만불이 아닌 진심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유지호<공단소방서 도림119안전센터 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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