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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탐방] 차 에어컨용 부품 생산업체 ㈜휘일

뚝심으로 일군 앞선 기술력 글로벌시장 향해 나래 펴다

IMF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의 잠재적 위기를 경고하던 ‘넛크래커’란 단어. 가격은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비해 비싸지만 기술은 중국 등 선진국에 부족하다는 우려 속에서 나온 이 단어가 최근 우리 기업들의 수출 호조와 함께 ‘역넛크래커’라는 말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높은 기술력 뿐아니라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역넛크래커 덕을 톡톡히 보며, 세계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

바로 자동차 에어컨 연결 부품으로 사용되는 패럴·머플러를 생산, 프랑스 등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휘일(화성시 양감면, 대표 유태승). 남부지방에서 태풍 덴무가 몰려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지난 9일 오후. 화성시 양감면에 위치한 휘일의 생산공장은 낮 최고기온이 29~34도에 달하는 찜통 더위 속에도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시끄럽게 돌아가는 생산라인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점심도 걸러 가며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유태승 대표를 만났다.

 

 


◆ 성실을 무기로 기업 재탄생 시켜

“6.25 전쟁 중 태어난 세대들의 아이콘은 바로 ‘고생’입니다. 부천의 한 농가에서 태어난 저 역시 예외는 아니였죠”

유 대표가 중학교 2학년이었던 시절, 모친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가세가 기울었다. 이로 인해 유 대표는 유한공고 기계과로 진학, 기계와의 모진 인연이 시작됐다.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을 졸업한 유 대표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곳은 유모차를 만드는 ‘D’사였다.

‘D’사는 고품질 고가격을 추구했지만 마진의 폭이 높은 제품을 우선 판매하는 유통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받으면서 직원들의 월급조차 주지 못하는 위기에 처했다. 유 대표는 유모차 회사가 거의 문을 닫게 되면서 D사의 대표가 운영하는 또다른 업체인 스프링 제조회사의 공장 설비를 매도한다는 소리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기계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고 다니던 회사가 망해가는 상황에서 스프링회사를 한번 운영해보고 싶었지만 인수할 여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용기를 내서 D사의 대표에게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했다.

“2년 후에 갚을테니 외상으로 회사를 넘겨달라”는 터무니 없는 부탁이었다. 당연히 거달당할 줄 알았던 유대표의 제의는 평소 유 대표의 성실성을 잘 알고 있던 D사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고, 계약서 한장도 없이 스프링 회사를 인수하게 됐다.

회사를 인수한 유 대표는 생산에서 배달까지 특유의 성실성을 발휘, 대기업인 대우전자에까지 납품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리고 말았다.

굴지의 대기업인 대우전자가 하나의 중소기업에 불과한 휘일과 거래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유대표의 성실함이었다. 단 한번도 납기를 거른 적이 없고 변하지 않는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납품했기 때문이다.

“살던 집까지 팔아 회사 운영비를 쓰는데 어찌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라며 유 대표는 당시의 각오를 회상했다.

◆ 우연한 기회, 다시 도전의 고삐 잡다

스프링 제작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1988년, 프로그레스 금형을 잘 만든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한 대기업으로부터 차량용 에어컨에 들어가는 커플링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유 대표는 고민 끝에 제품 제작을 시도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같은 공정으로는 도저히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가 여러웠고 이 사태는 급기야 부도로까지 이어졌다.

이 위기는 휘일이 향후 차량용 에어컨 부품제작으로 사업을 확장해 급성장하는 반전의 계기가 됐다.

포기를 모르는 뚝심의 유 대표는 부도가 난 후 9년 동안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다시 한번 커플링 제작에 재도전했다.

유 대표는 수 백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커플링 제작에 필요한 8개의 공정을 단 2개로 단축하면서 기술력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됐다. 이후 휘일의 제품은 날개 돋친 듯이 주문이 쇄도하며 재기에 성공한다.

이 기술은 현재 휘일이 생산하는 자동차 에어컨용 부품인 패럴과 머플러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각각 90%와 70%까지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 해외시장 진출 본격화

“차량용 에어컨의 연결에 쓰이는 패럴과 에어컨 내부의 소음을 줄여주는 머플러는 세계적으로 월 4천만개가 필요합니다. 휘일은 월 700만개를 공급하고 있어 앞으로도 최대 7배의 매출을 올릴 시장이 존재합니다”

유 대표가 올해 한국무역협회가 중소기업의 수출지원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뉴엑스포터스 사업’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세계 각국에 구매수요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봄에 열린 독일의 자동차 부품전시회에서도 높은 호응을 받았으며 무역협회 파견 전문위원을 통해 바이어의 정보입수와 특허출원비용의 지원을 받는 등 본격적인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 대표는 “내년에는 현재 25%에 머물고 있는 수출비중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밝히며 “어차피 세계시장을 잡아야 내수에도 도움이 된다”며 수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인재 보강 온힘… 땀·신용으로 세계1등 이룰 것

- 휘일의 주력 생산제품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소개를 하자면.

▲ 자동차 에어콘에 사용하는 부품으로 패럴과 머플러를 만들고 있다. 패럴은 올해에 약 7천만개를 생산하며, 국내시장의 OEM마켓 중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머플러는 70% 정도 점유하고 있지만 2011년에는 90% 수준까지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그렇다면 이 제품의 시장성은 어떠한가.

▲ 휘일의 에어컨 부품은 지난 2008년에 지식경제부에서 인정하는 차세대 일류상품에 선정됐다. 올해 세계시장 점유율이 12%로 예상하며, 매출순위는 4위가 될것으로 예상한다. (패럴은 세계4위, 머플러는 10위정도로 예상함)

- 휘일만의 경쟁력이나 장점이 있다면.

▲ 10여개 공정으로 1일 4천개를 만드는 일반적인 제조공정을, 휘일은 2개 공정으로 1일 3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공법을 개발했다. 이는 가격은 중국보다 낮고 품질은 일본보다 앞설 있는 장점을 보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계획은 무엇이며,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 해외수출의 획기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 신규로 1만1천239㎡(3천400평)의 대지위에, 3천305㎡(1천평)의 공장을 구입해 증설 중이다. 또 해외영업인력의 보강, 연구소 인력의 보강이 올해의 집중사업이며, 4년안에 이분야에서 세계1등이 되기위한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 어떤 기업인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 사소한 부품이라도 장기적으로 연구개발하고 획기적인 발상으로 끈질기게 잡고 늘어지면 세계 1등을 달성할 수 있다는 꿈을 보여주고 싶다. 휘일처럼 땀과 신용을 보유한 기업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를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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