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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입학사정관의 예리한 눈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높은 교육열을 지닌 한국인에게 ‘대학입시’는 늘 초미의 관심사였다.

저 출산 시대를 맞아 학령인구가 자연 감소되면서, 대학입학정원이 이미 고졸자수를 넘어섰다. 대안적 고등교육시스템인 방송대학과 사이버디지털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다. 학점은행제와 독학사제도 또한 가세하면서,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쉽게 대학에 갈 수 있는 ‘대학의 대중화-보편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특정의 원하는 대학’을 향한 학부모들의 염원과 집념은 도통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치열한 입시전쟁의 구도와 그로인한 대학입시 병목현상이 여전하다. 아니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입학사정관제도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학입시의 모델로 제시된 것이다. 그렇기에 입학사정관제도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은 가히 지대하다.

연일 신문지상과 뉴스 등 언론에 마치 신데렐라처럼 등장해 비단 입시당사자 뿐 아니라 자녀를 둔 학부모 모두에게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입학사정관제도는 전문적인 안목과 평가역량을 지닌 입학사정관들에 의해 교과활동 뿐 아니라 창의적 재량활동 및 인성교육, 봉사활동 등을 포함하는 광범한 비교과활동의 잠재력이 평가되는 새로운 전형방식이다.

MB정부를 대표하는 일종의 브랜드 교육정책인 입학사정관제도는 해방 후 지금까지 수 없이 반복을 되풀이 해 왔던 단순한 대입제도 개선 미봉책이 아니다. 사교육과의 전쟁에 대비 한 특단의 비책이기도 하고, 시대의 화두인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의 플랫 홈 마련을 위한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입학사정관제도로 한국교육계의 오랜 관행이던 학업성적 위주의 평가 틀이 과감히 깨지기 시작한다. 입학사정관의 예리한 눈이 학생들의 숨겨진 무한 가능성과 잠재력 그리고 인성과 창의성 등을 번뜩이며 찾아내고 있다.

교육현장에 메가톤급 거시적 판도 변화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물론 이 제도에 대해 모두가 찬성하거나 장밋빛 낙관론을 펴는 것은 아니다. 시작부터 논쟁이 뜨거웠었다. 현실적 가능성에 대한 비판과 제도 자체의 한계점, 준비 미비 등의 문제점 또한 무수히 지적되고 우려돼 왔다.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학교 현장과 교육계에서 조차,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제도가 과연 다음 정권에서까지 살아 남아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혹여 쉽게 원점으로 회귀될 정책이 아닌가 하는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두가 ‘기우’였으면 싶다. 입학사정관제도가 놀라운 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많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관심 속에 연착륙하고 있는 증후군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지금의 교육과학기술부)가 시범대학 10개를 선정해 지원하면서 시작된 입학사정관 제도가 올해는 126개 대학에서 확대·실시되고 있다. 작년 86개교에서 40개 대학이 늘어났고, 불과 2년 사이에 3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2010년 현재 수시모집 선발인원 23만5천250명 중 14.6%에 해당하는 3만4천408명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게 된다.

이러한 놀라운 증가세는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대학입시의 지평을 달리하는 새로운 모델이 창안돼 빠른 속도로 연착륙하고 있으며, 특별전형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융합과 창조와 소통과 공감의 시대인 포스트모던 21세기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입학사정관제도가 또 하나의 크나 큰 ‘희망’이었으면 좋겠다.

일회성의 지필식 시험제도가 도저히 찾아 낼 수 없는, 도저히 식별할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의 무한능력과 숨겨진 잠재력 그리고 미래 성장가능성을 투명하게, 공정하게 발굴해서 그들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멋진 제도였으면 좋겠다.

틀을 달리하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평가 모델로 자라나 뿌리내릴 수 있었으면 하는 제도가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입학사정관들의 눈이 남달리 예리해야 한다. 아이들의 생이 걸린 일이다. 중차대한 미션 수행을 위해 통찰력, 판단력, 분석력, 직관력, 논리력을 갖춘 ‘예리한 눈’을 키우고자, 오늘도 힘겨운 ‘자기정련’에 임하고 있을 사정관들을 희망으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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