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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재난은 예고 없이 온다

 

지난 여름 휴가는 비로 망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거의 한달 내내 비가 왔으니 그럴만도 하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초 필자는 수원천 위에 가로 놓인 다리 ‘영연교’(창룡문~수원교육청 연결도로 중간부분)아래에 꼼짝도 못하고 갇히는 신세가 됐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간 수원천을 지날 무렵 갑작스럽게 장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무섭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우렁찬 빗줄기가 30분 가량 지속되자 수원천으로 도로위의 빗물이 폭포수처럼 흘러 내렸다.

거의 같은 시각 수원천으로 향해 설치돼 있는 지름 1m가 넘는 우수관로가 용량을 이기지 못해 수원천으로 쏟아냈다. 비가 내린지 40분 가량이 지나자 수원천 수로를 타고 흐르던 물이 수위를 높이며 둔치에 만들어 놓은 조깅코스와 자전거 도로에 출렁였다. 다리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던 10여명의 시민들은 수원천 물길에 휩쓸릴 위기에 처하자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이미 다리밑은 물바다 였다.

당시 바로 그곳 수원천의 재해 대비체계는 ‘제로’였다. 광교저수지에서 부터 화홍문까지 2㎞ 남짓 수원천 물길에는 왕골과 억새 등 온갖 수생식물이 생태계 보호라는 미명아래 방치되고 있어 아예 물의 흐름을 목격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한 언론은 당시의 수원천의 상태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곳곳에 잡풀들과 함께 불쑥 솟아있는 버드나무 등 잡목은 이곳이 천변인지, 아니면 야산인지 분간할 수 없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도 관계당국은 지금까지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이 곳에는 잡풀이 무성해 쥐와 모기가 득실거린다는 사실을 당국은 알고 있기나 한가.

서울의 심장부 광화문 일대가 한 때 물바다가 됐다. 추석 연휴 첫 날인 지난 21일 오후 시간당 최고 100mm에 이르는 기습폭우로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 되다시피 했다. 자동차는 바퀴까지 찬 물에 도로에 멈춰섰고 행인들도 바지를 무릎위까지 걷어 올리고 통행을 해야 할 정도로 물폭탄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번에 기록한 서울지역 강수량 259.5mm는 9월 하순 강수량으로는 1908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02년 만에 보인 최고수치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 중심부가 단 몇시간에 걸쳐 내린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물바다가 된 것이다. 이번 폭우는 서울 서남부지역과 수도권, 강원지역에 집중돼 2명이 실종되고 1만4천 가구가 침수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추석 차례상 준비로 바빴을 시간에 난데없는 물폭탄을 맞은 수해 주민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갑작스런 자연 재해인지라 어쩔수 없었다고 하기에는 상처가 너무 크다.

기상청이 예보를 제대로 못해 ‘구라청’으로 전락한지는 오래다. 이제는 재해상황을 예고하기는 커녕 중계방송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중계청’이라는 별명을 하나 더 얻었다.

기상청은 당초 중부지방 강수량을 20~60mm 정도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3배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태풍 발생으로 우리나라 주변의 기압배치가 당초 예상과 달라져 예보가 빗나갔다는 것이 기상청의 해명이다.

지난 1월에도 최대 10cm의 눈을 예보했다가 서울지역에 관측사상 가장 많은 25.8cm의 눈이 내려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서너시간 폭우에 물난리가 나자 정부의 수해 대응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추석 연휴 첫 날인 21일 오후에 예고 없이 쏟아진 ‘물폭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에 공무원 총동원령을 내린 시간은 오후 4시30분이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서울 강서 지역과 인천시 계양구, 경기도 하남과 이천 등지에 200㎜가 넘는 집중 호우가 내려 곳곳이 침수되거나 교통이 통제되고 정전되는 등 비 피해가 속출한 이후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과거 평년 기록만으로 재난대책을 세워서는 안된다”며 “예상하지 못한 재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총 점검을 해서 웬만한 재난에도 피해예방이 가능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기습 폭우와 같은 자연 재난을 사전에 완벽하게 예측하거나 막을 도리는 없다.

사후 빠른 대처와 수습이 최선책이 아닌가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가동되고 있는 ‘재난 대비체계’는 현실에 맞게 전면 재검토 돼야 마땅할 것이다.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 온다. 그래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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