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리더] 피아니스트 주영목 교수

‘순교자의 길’과 같지만, 사랑으로 건반 두드려야

“피아노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끊임없는 연습을 해야 하는 ‘순교자의 길’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교육자의 길을 충실히 걸어온 피아니스트 수원대학교 음악대학 주영목 학장. 14년 동안 수원대학교 음악대학에 몸을 담으면서 후배양성에 힘쓰며 연주자로서도 국내 정상을 달리고 있다.

주영목 학장은 서울대와 오스트리아 ‘Wien Konservatorium’을 졸업하고 음악 춘추, 라비돌 음악캠프 등에서 마스터클래스, 동아, 삼익, 음악 춘추, 난파, 음악 저널 콩쿠르 심사위원 등 여러 방면으로 굵직한 음악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2일에는 화성 유앤아이센터 화성아트홀에서 한·러·일 피아노 듀오 콘서트를 마련한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주영목 학장을 비롯해 수원대학교 알렉산더 스비야트킨 교수, 일본 도호음대를 졸업하고 일본 주요 음대 등에 출강하고 있는 마모루 카이시게, 토모카 카이시게 부부가 함께 무대에 나선다.

콘서트 준비에 한창인 주영목 학장을 만나 보았다. 수원대학교 주영목 학장의 개인 레슨실에서 본 그는 58세라는 나이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젊어 보이고 얼굴에는 어머니의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번 한국, 러시아, 일본 세 나라의 피아니스트가 선보이는 무대는 서로의 믿음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일본에서 오시는 마모루 카이시게 부부는 저와 불가리아 국제 콩쿠르에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죠. 특히 이번 무대는 관객과의 호흡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비롯해 관객들이 알만한 음악을 준비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교감을 중요시하는 주영목 학장, 그의 피아노 사랑은 5살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제가 피아니스트로 첫발을 내딛게 된 계기는 아버지가 미국여행 후 들여온 중고 피아노였습니다. 당시 저희 아버지는 교단에 서 계셔서 외국활동을 많이 하셨죠. 5살인 저에게 그 피아노는 ‘신세계’였습니다. 강요가 아닌 재미와 즐거움으로 피아노를 접하게 됐죠. 그게 제가 아직도 피아노를 즐겁게 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후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됐다. 하지만 그의 피아노 사랑은 그치지 않았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들어갔어도 제 손은 언제나 피아노 건반을 치고 있었습니다. 새벽 5시에 등교해서 피아노를 쳤었죠. 선생님이 아프셔서 자율학습을 해야 했을 때도 언제나 피아노 실로 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가 살고 있었던 경남 진해에서 치러졌던 콩쿠르에서도 나가 수상을 여러 번 하는 등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것들을 단번에 허물었다.

이후 서울대학교 피아노 학과에 진학하게 되고, 그곳에서 지금의 남편인 성악가 ‘박성하’씨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두 아들을 어머니로, 교수로 자신이 맡은 것에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남편과는 각자 음악에 대한 고유영역이 있었기에 처음엔 다툼도 있었지만 지금은 음악과 행정에 뛰어난 남편 덕분에 연주홀 대관이라든지 연주에 있어 필요한 여러 가지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답니다. 항상 바쁘다 보니 아이들에게 신경을 못 써주기도 해서 조금 안타깝기도 합니다.”

항상 자신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 연주자로서의 열정 못지않게 교육자로서도 사명을 다하고 있는 그이기에 하루의 시간이 너무 짧은 듯했다.

하지만 부딪치는 문제들을 기쁨을 갖고 풀어가는 그의 낙천적인 성품, 나아가 연주에 있어서나 제자들의 레슨에 있어서 한순간도 나태해지지 않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 프로정신이 그를 지탱해주고 있다.

이런 바쁜 와중에도 교수로서 국제적인 감각을 키우려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틈틈이 공부하는 주영목 학장의 모습은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주영목 학장은 “자신은 교육자로서의 직분에 충실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지만, 그런 모습이 학생들에게는 모범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더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주영목 학장은 지난해부터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지역 내 학교와 공연장, 문화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 정통 클래식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수원대학교 음악대학 설립 14년을 맞이했는데 내실을 기하는 단계였습니다. 이제 우리가 사는 지역에 봉사하고 인근 음악 관련 기관들과 연계해 전반적으로 대중의 문화 눈높이를 높여가는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죠. 외부로 향하는 음대를 지향하는 첫 걸음이 바로 이 순회 연주회였죠.”

주영목 학장은 “이 프로그램 운영 효과로 ‘지역 내 음악 영재들에게 감상 및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일반인에겐 정통 음악의 감동을 전해 수준을 높이며, 참여 학생과 교수는 문화 나눔의 진정성을 체득하는 등 헤아릴 수 없는 파장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주영목 학장은 항상 지금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모습을 추구하고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학생들에게 음악을 하려면 ‘경쟁에서 자유로워져라’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현재의 연속입니다. 현재를 너무 간과해서는 안 되죠. 미래지향적인 삶도 좋지만 지금 내가 뭘 원하는지 생각해보고 현실에 충실하다 보면 후에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 보다는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음악을 해야 합니다. 전 유학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항상 ‘음악으로 무엇이 돼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라’고 합니다. 그러면 자신이 바라던 일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지요”

■약력

-현 피아노 학회 이사, 피아노 듀오 협회 이사, 난파음악제 집행위원

-현 수원대학교 음악대학 학장/피아노과 교수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짜르테움 음대 수학

-예술의 전당 등에서 독주회, 실내악, 창작음악회 등 연주회 다수

-수원시향, 전주시향, 서울 심포니, 불가리아 국립아카데미 오케스트라 등 협연

-동아콩쿨, 이화.경향콩쿨, 음연콩쿨, 삼익콩쿨, 독일 ‘Oldenburg’, 국제콩쿨, 불가리아 ‘Music and Earth’ 국제콩쿨 일본 바하 국제콩쿨 등 심사위원 활동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