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몸 따로, 마음 따로, 가을 따로
[생활단상] 몸 따로, 마음 따로, 가을 따로
  • 경기신문
  • 승인 2010.10.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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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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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변하니 성격도 달라져
동양학 공부로 마음 살찌워
▲ 김미경 갈등관리조정전문가
어느덧 하늘은 높아져만 간다. 몸은 아직 여름 끝에 남아 한 여름에 태양을 기웃거리고 있을 때 마음은 청명한 가을을 잡아 당긴다. 옛날 학창시절부터 통통하다는 이야기를 듣던 몸이 40중반을 넘으며 서서히 몸무게가 늘더니만 어느 순간 더이상 견딜 수 없다는 몸으로부터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아랫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어느 순간 구두가 몹시 힘겹게 느껴지며 무릎까지 묵직한 것이 영 내 몸 같지 않았던 날이 있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그해 여름이 시작될 무렵 나는 내 평생 병원신세 져 본 역사가 없어 의료보험 아깝다 했던 말이 무색하게 병원을 드나들었다. 무슨 비만치료를 위해 다녔던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친하던 지인들과 결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고통스런 마음이 몸으로 전가됐던 모양이다. 몸무게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져 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진다는 어른들의 말을 실감하고 있을 때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걷기 운동을 매일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시간이 나지 않으면 밤 12시에도, 새벽에도, 단 삼십 분이라도 걷는 생활을 꾸준히 했다. 독하게 마음을 먹었던지 주변에는 신기하게 지켜봤다.

몸과의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면서 한가지 버릇이 생겼다. 만보기를 차고 운동을 다니면서 내 걸음 걸이와 속도를 항상 관찰하고 일상에서도 계량을 해보니 1년쯤 지나서는 내 걸음걸이와 운동량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속도까지 대략 감을 익히는 계기가 있었다. 이때 먹는 것도 바꿨다. 육식을 먹지 않은지는 대략 5~6년 지났는데, 이 참에 몸에 변화를 주고 싶어 아예 생식과 완전채식으로 식단을 바꿔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남도, 놀랄 정도로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몸이 변하니 마음도 덩달아 달라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덜렁대고 외향적이던 내가 침착하고 의연하며, 예전에 비해 화도 덜 내는 것으로 느껴졌다. 얼굴색이 달라지고, 각지고 모나던 얼굴도 동글동글하게 보이기도 하고, 오랫만에 보는 이들은 저마다 궁금해 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변화된 모습도 좋았고 마음도 편해졌다. 지난해 언제부터였던가 슬슬 꾀가 나기 시작했고, 매일 가던 운동도, 한 달에 서너번 가던 산행도, 바쁘다는 핑계로, 이런저런 일로, 건너뛰기 시작하자 마음도 계속 이유를 만들어 냈다. 세상살이에 던져진 몸은 늘 피곤하고, 마음은 안식처를 찾아 여기 저기 떠돈다. 몸은 집에 있고, 마음은 산에 가 있고, 가을은 깊어간다. 몸과 마음, 가을을 하나로 합체해 주는 뭔가 강한 ‘약효’가 있을까 주변을 둘러본다.

2년 전에 시작한 동양학 공부가 있다. 지난 8월 말 2년의 과정을 끝으로 정리가 됐다. ‘뭘까’ 시작할 때 궁금한 마음에 시작한 공부가 알듯 모를듯 2년이 지났다. 대학, 중용, 논어 역경 등 시간이 되는데로 수강을 하며 공부해왔는데 지나고 보니 한번도 제도교육을 받으며 온전하게 전문을 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본질에 가까운 내용과 설명을 해준 적이 없었다. 진부하다고 생각했던 동양적 사고와 학문들이 더없이 깊고 넓게 다가오는 것은 새삼스럽게 기쁨이었다. 그동안 왜곡되게 생각했던 것은 본질을 보기 보다는 겻가지를 본질로 보고자 했던 것에 대한 오류였다는 것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학교공부를 하지 않았던 친정어머니를 비롯해 무수히 많은 어머니들의 말씀이 상당부분 동양적 가르침이 근본이었음을 이제사 깨닫게 되며 어머니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내용들은 어찌보면 학문에 대한 학자들의 수고로 이어진 측면도 있겠으나 어려운 매 순간을 이겨온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 선조들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공부하는 학동들은 연령이 천차만별이다. 구십을 바라보는 이로부터 이제 갖 오십에 이르는 이 까지 모두 삶에 대한 ‘진정성’과 ‘가치’를 찾아 모여들었다.

저녁 두 시간에 이르는 수업시간은 그야말로 오롯이 그들만의 시간이다. 나름의 가치와 경험을 내려놓고, 그들의 권력과 힘을 내려 놓으며, 이제 새로운 출발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그들 스스로 찾으려 하고 있다.

이제 다시 공부에 들어가 본다. ‘천고마비’라고 하지 않는가? 하늘은 높고 사람은 살찌운다는 의미를 되새기며, 가을을 핑계 삼아 몸과 마음과 가을을 하나로 묶어보려 애써 본다. 약효가 발휘하는 것일까? 길이 열린다. 새로운 길이 열린다.

“흔들리지 말아야지, 이 좋은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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