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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지하철 무임승차로 불거진 노인복지

 

‘노인의 말은 들판을 헤매는 듯 보여도 그 곳에서 밤을 지내는 일은 없다.’는 속담이 있다. 노인이 말하는 것은 지루하게 들릴지 모르나 그 지혜는 확실하다는 뜻이다.

지성과 정신, 영혼이 다다를 최절정의 경지가 노년이다. 때마침 늦가을이다. 인생이란 과수원에 농익은 과일들, 그 모습, 그 향이 노년의 초상이다.

물씬물씬 익고 또 익은 세대인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무료로 지하철 탑승권을 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김황식 국무총리가 내뱉은 게 화근이 되고 있다. 뒤늦게 대한노인회에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돼 본의 아닌 논란을 야기함으로써 어르신 여러분과 노인회 회원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번 혀를 내두르면 임기 내내 그 일로 시달리게 마련이다.

잘못된 말은 내내 화근이 된다. 공직자는 세 치 혀로 5척 몸을 망치듯 실언을 하지 않도록 더더욱 말조심해야 한다. 언제나 신중치 못한 말이 화근이다. 총리실장이 해명을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하철은 서민이 이용한다. 돈 있는 노인들은 주로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한다. 나이 많고 돈 없어 서러운 노인들을 이렇게 구박해도 되는가.

늙은 조개가 구슬을 낳는다. 무엇이든지 귀하고 값진 것을 생산해내는 주체가 바로 노인이다. 노인의 무료 지하철 탑승을 지하철 적자와 막 바로 연결시킨 것은 무리다. 서울, 부산 등 6개 도시에만 있는 지하철 적자요인이 노인들 탓이라는 소린가?

지하철 적자는 구조조정과 획기적인 경영개선을 통해 풀어야 할 일이지 엉뚱하게 노인들에게 돌릴 일은 아니다. ‘늙은이 설움’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이가 들면 몸도 불편한데다 이처럼 사람들까지 서운하게 대해서 서럽다. 늙으면 아이 된다고 했다.

‘더 가난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자는 취지’라며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몸짓을 보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다. 만성적자는 경영진의 몫이지 결코 노인의 탓은 아니다.

‘무임승차’라는 낱말은 한 푼도 내지 않고 공짜로 탄다는 의미가 담겨져 어감이 좋지 않다. ‘면세(免稅)’처럼 ‘면제승차’로 용어를 고쳐 부르면 좋겠다.

노년을 맞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불가항력이다. 절대로 예외가 없다.

‘나라 상강님도 늙은이 대접은 한다.’는 옛말이 있지 않은가. 높은 사람이라도 노인은 대접을 해야 마땅하다.

민족중흥과 산업발전의 일등공신들이다. 호랑이도 늙으면 개조차 짖으며 달려든다. 젊은이는 노인을 바보라고 생각하지만 노인은 젊은이가 그렇다는 것을 안다. 노인과 젊은이는 세대 차가 커서 보는 견해가 달라 서로 바보라고 생각한다.

생각은 밀림 같아서 사람 속을 알 수 없지만 “현재 제도를 뜯어고치거나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라는 총리실 해명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주무부처인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도 “김 총리의 발언에 대해 적절성 여부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고 옳고 그름에는 공중(公衆)의 논의가 있게 마련이다. 얼굴 못 생겼다고 거울 탓하지 마라. 자기 잘못이나 모자란 점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콩죽은 내가 먹고 배는 남이 앓는 꼴이다.

왜 노인이 지하철 만성적자로 엉뚱하게 비난 받아야 하는가. 죄는 막둥이가 짓고 벼락은 샌님이 맞는 격이면 안 된다. 집안이 망하면 집 터 잡은 사람만 탓한다. 잘못되면 남의 탓만 한다.

더 이상 공기업의 운영부실을 노인과 결부 시키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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