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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 매료 25년 동안 살았죠

정용관 네팔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

“네팔과 히말라야는 한 번 오면 세 번 오게 되는 곳이다. 당신도 언젠가 두 번은 더 올 것이다.” 사람들보다 신(神)이 더 많은 곳, 신보다 히말라야의 산이 더 많은 나라, 네팔. 힌두교와 불교가 뒤섞인 신비로운 네팔은 신과 산이 만들어낸 특유의 문화가 매력적인 곳이다. 그곳에서 25년 동안 살며 다양한 종교, 풍습, 축제, 생활, 정치, 의식주 등을 한국에 소개하고 양국 문화·예술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이가 있다. ‘나마스떼 네팔’의 저자이자 산악인으로 잘 알려진 정용관(55·네팔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 씨를 만나 신비의 나라 ‘네팔’ 이야기를 들어봤다.

 

 

 

 

“네팔, 가난한 나라 그러나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나라…맑고 투명한 아이들의 웃음과 눈망울, 비탈 사이로 늘어선 작은 집들, 샹그릴라로 향하는 길인 듯 오솔길은 히말라야로 이어진다. 오래된 길과 각양각색의 탑과 사원들이 가득한 신들의 천국…세계 각국에서 찾아든 여행자들의 천국이 바로 네팔이다.”

산악인(하켄클럽)인 정용관 씨는 히말라야를 동경했다. 카트만두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정 씨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2천73m 높이의 카카니(Kakani)산은 카트만두에서 30km 거리에 있고, 랑탕히말(Langtang Himal)과 가네시 히말(Ganesh Himal)의 흰 영봉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기도 하다. 네팔 히말라야의 트레킹 코스는 대개 8천m급 봉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사람들 귀에 익숙한 에베레스트가 있는 쿰부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지역, 랑탕 지역은 그중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매력에 이끌려 외무부에서 일하던 그는 1983년, 모두가 꺼리는 네팔 근무를 지원했다.

“네팔에 입국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허름한 복장을 한 노인이 동물 거름을 치우는 일을 하고는 그날 품삯을 받는 장면을 목격했다. 여주인이 2층에서 지폐를 휙 하고 던지자 노인은 땅에 떨어진 돈을 아무 불만 없이 줍고 있었다. 그 모습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음에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또다시 보게 됐다. 나는 땅에서 지폐를 주워 일하신 분께 건네 드렸다. 그런데 도리어 집주인이 그냥 놔두라며 난리를 치는 거다. 신분의 차이 때문이었다. 지금은 공중파 매체의 영향으로 젊은 층에서부터 신분 차가 점점 사라져가는 듯하다. 그런 에피소드 때문인지 외국인에게 진심으로 친절히 대하는 모습은 늘 감동이 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당시, 그가 몸담고 있는 산악회 하켄클럽 회원들도 훈련생으로 참가했다. 훈련 도중 산사태가 나 고인이 된 이들도 있었다. 이후 2명이 원정대 길에 올랐고 그들의 발자취는 다른 대원들에게 귀감이 됐다. 밤 깊은 줄 모르고 이어지는 히말라야 등반 이야기는 정 씨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 충분했다. 산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지금껏 변치 않고 있다. 그동안 산악인 엄홍길 씨를 비롯해 히말라야를 찾은 한국원정대의 뒷바라지를 도맡아 해온 것은 물론, 한국 산악단체인 대한산악연맹의 네팔출장소 소장으로 네팔을 찾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산과의 만남 만큼 사람과의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더군다나 네팔에서 생활하다 보니 산을 찾는 분들과 참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산악인들과도 많은 추억을 쌓아왔다. 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카트만두에서 사고 지점까지 달려가 함께 아파하고 앞으로의 진행에 조언을해 준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동안 만난 수 많은 사람들 중 통도사의 정우주지스님은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네팔인들에게도 존경을 받는 분이시기도 하다.”

그는 불교와 힌두교가 뒤섞인 네팔 특유의 아름다움과 신과 산이 가득한 히말라야를 담은 책 ‘나마스떼 네팔’을 펴내기도 했다. 네팔을 찾는 한국인들이 가진 그릇된 생각을 바로 잡아주고, 네팔의 만년설 히말라야 자락에서 생활하는 부족들의 실생활 등을 알리고자 했다.

“네팔은 인도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나라다. 우선 지리적으로 내륙국이다 보니 공산품 대부분의 물자 수송에 인도의 캘커타항을 통하지 않고는 수입과 수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경제는 물론 정치에도 인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네팔인들 대부분이 인도의 힌두교를 믿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의 의식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빈곤국에서의 탈피는 쉽지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러한 사정 때문인지 네팔을 방문하는 이들 대부분이 한국의 문화가 네팔의 문화보다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네팔 현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할 때도 있다. 네팔을 방문한 이들 대부분이 네팔 문화를 외국인의 눈으로 본 서적에 의존을 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 책을 쓰게 됐다.”

그가 이처럼 지난 시간을 한데 묶어 많은 이들을 위해 쓸 수 있게 된 데는 무엇보다 가족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을 터.

“옆에서 늘 함께 한 아내에게 고맙게 생각을 하고 있다. 어쩌면 아내라기보다는 영원한 친구라고 표현을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다. 지금은 한국보다는 네팔이 더 편하고 나보다는 네팔을 더 많이 이해하는 것 같다. 아내에게 늘 고맙고 건강하게 자란 외동딸에게도 사랑을 보낸다.”

이제 정 씨는 네팔에 한국을 알리는 문화원 건립에 앞장서려 한다. 대한산악연맹의 출장소를 계기로 한국의 산악인들과 네팔의 고산 등반가인 셰르파들과의 교류에도 힘쓸 계획이다. 문명에 물들지 않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 부처의 탄생지인 룸비니의 나라, 신과 산이 가득한 히말라야로 이어지는 네팔을 품은 정용관. 낯선 땅을 딛고 일어서 오늘에 이르게 한 도전의 깃발이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서 힘차게 휘날리게 되길 기대한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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