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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여성폭력, 누구에게 책임물어야 하는가?

피해자 인권 주장의 한계
인식 못하는 게 더 큰 폭력

 

우리는 늘 진실을 갈망하고 진실을 찾고자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어떤 진실은 눈을 감고 외면하거나 혹은 그 무엇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보여 지는 것이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몇몇 여성폭력문제들을 보면서 드는 진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여기, 몇 가지 상황이 있다.

아이를 낳아도 기를 수 없는 처지의 여성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자 상대남성이 연락도 없이 사라져버리거나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 홀로 놓인 두 여성이 있는데 한 여성은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고, 다른 한 여성은 남자친구를 찾아 함께 해결하자고 요구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 상황들을 어떻게 인식할까?

동일한 문제이지만 죽음을 택한 여성 앞에서는 상대남성의 책임성을 제기할 것이고 함께 해결할 것을 요구하는 여성에게는 ‘뭘 잘했다고 그리 떳떳하냐’고 하거나 ‘그러니까 네 몸인데 네가 잘 관리하지’라고 비난하거나 한다.

물론 죽음을 택한 여성에게도 ‘그러니까…’하면서 여성의 책임성은 동일하게 묻겠지만 말이다. 임신이라는 행위 주체의 당사자는 두 사람인데 행위의 결과로 인한 책임은 온전히 여성의 몫인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또 다른 상황을 보자.

원하지 않은 성폭력피해경험을 한 청소년이나 성인여성이 자신의 피해경험을 드러내자 “왜 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느냐, 왜 빠져나오지 못했느냐?, 그러기에 거길 왜 따라갔느냐?, 네가 정말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라”고 대부분 말한다.

분명 이러한 피해상황을 만든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데, 성폭력이라는 상황을 두고 그 누구도 가해자에게 ‘왜 그랬느냐? 왜 타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탈했느냐’며 그 책임을 묻지 않고 설령 묻는다 하더라도 가해자에게 보다 먼저 피해자에게 그 상황의 책임을 묻는다.

이 뿐인가?

가정폭력에 눌려 사는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그래도 가장인데 애들을 봐서라도 참고 살아야지’, ‘살다보면 나아질텐데 여자가 가정을 버리고 도망을 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지. 오죽했으면 남자가…’ 하고 폭력의 원인을 피해여성에게서 먼저 찾으려 하거나 그저 참을 것을 요구하기만 한다. 우리들 대부분이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게 ‘부부가 서로 존중하고 살아야지 왜 폭력을 행사했는지’라고 그 책임을 묻지 않는다.

보편적으로 우리는 일상의 폭력앞에서 그 누구도 폭력의 피해자에게 ‘왜 그랬느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여성폭력의 문제에 있어서만은 피해자의 인권을 옹호해야 하는 진실을 바로 보는 것을 불편해 한다.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거나 하는 극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이런 현실 속에서 그 어떤 여성폭력피해자가 자신의 인권을 제대로 주장할 수 있겠는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한 행위의 주체에게 분명 책임을 묻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진실임에도 그러지 못한 바로 우리 때문에 피해경험을 오히려 자신의 잘못으로 알고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것, 폭력을 경중으로 가르거나 아예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이것이 바로 여성폭력을 지속하게 하는 더 큰 폭력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즉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한 우리는 가해자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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