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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경기도는 없다

 

그동안 경기도지사가 인사권을 행사해온 재단법인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사무총장 자리를 수원시에 내줬다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관리재단 사무총장을 연임시키려는 경기도와 이에 반대하는 수원시가 3개월여 줄다리기 끝에 수원시의 판정승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박동수 수원영통구청장을 퇴임시켜 관리재단 사무총장에 임명하겠다는 수원시의 요구를 받아들여 오는 10일쯤 취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수원시가 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사무총장 자리를 하나 차지하는 것 쯤으로 보이지만 이는 관리규약상 경기도지사가 갖고 있는 인사권을 하급기관에 스스로 반납하는 격이어서 수원시의 줄기찬 반항(?)에 경기도가 백기투항 했다며 도청 직원들은 분개 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그동안 송기출 전 사무총장이 월드컵관리재단의 일을 성실히 해 왔고 또 정무적 업무까지 빈틈없이 수행해 왔다는 판단에 따라 유임으로 가닥을 잡고 밀어부쳤으나 재단의 지분샹항조정을 요구하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반발에 굴복한 것이다.

이로서 수원시는 관리재단내 관리본부장을 임명해 온데 이어 이번에 경기도지사가 갖고 있던 사무총장 인사권까지 사실상 행사함에 따라 경기도가 주인행세를 해온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을 장악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경기도의 상대적 박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7월말 전 사무총장의 임기가 만료된 이후 경기도는 8월초 이사회의 서면결의를 추진했으나 당시 염태영 수원시장이 사무총장 임명 결의서를 공백상태로 도에 돌려보냈다. 이후 염 시장은 김 지사를 예방해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지분을 재조정해 관리운영권을 넘겨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재단의 운영과 인사권이 이분화돼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터였다. 이사장은 경기도지사, 부이사장은 수원시장으로 등재돼 있지만 재단은 사실상 도 조례에 의해 지도감독을 받는다. 따라서 시는 재단의 운영 및 사무총장 선임에 대해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사무총장은 도지사가 임명하는 반면 관리본부장은 수원시장이 임명권을 갖고 있어 현재와 같은 한나라당 도지사와 민주당 시장일 경우 대립은 불가피해진다. 재단 사무총장의 공석이 지속되면서 외부의 반발이 거세지자 도청내 일부 국장급 인사들이 새 사무총장을 반드시 도에서 내려보내야 한다며 사무총장 인사권 행사를 요구했으나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고위공직자는 이를 무시한채 ‘좋은게 좋은것 아니냐’는 식으로 수원시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들어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직의 한 관계자는 “경기도가 행사해 오던 인사권까지 포기했다는 것은 도정수행에 공백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도와 시와의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김 지사의 정치가도에 치명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도가 한발 후퇴한다는 차원에서 시에 인사권을 넘긴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김 지사의 대권가도가 구체화 되면서 도청 일부 고위공직자들이 도지사의 정치일정에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스스로 제거하고 정리해 나가는 차원에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 지사가 6·2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당선가능성 유력 순위에 들어오면서 도정의 방향이 급선회하는 경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는 그동안 김 지사가 정치적 생명을 걸고 강력하게 추진했던 사항들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진보성향의 김상곤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교육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되자 경기도는 도교육청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도제2청에 교육국설치를 밀어부쳤다. 그러나 6·2지방선거 이후 여소야대의 도의회 정국에서 교육국 명칭을 슬그머니 철회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KBS경인지국이 개설되자 난시청 해소를 위한 사업을 벌인다며 수십억원의 예산을 책정하려다 도의회에 덜미를 잡힌 적도 있다.

이는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김 지사의 중앙언론 지향이라는 그릇된 언론관에서 비롯된다. 경기도의회에서 지방언론육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과 구별된다. 경기지역 중견언론인들의 모임인 경기언론인클럽을 중심으로 김 지사의 그릇된 지방언론관에 대한 공동대처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바쁘다. 주로 서울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에 초청돼 간다. 중앙정부를 성토하거나 때로는 청와대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지역정가에는 김 지사가 내년말쯤 도지사직을 사퇴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이는 문제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되고 도정에 취임한지 4개월여가 고작인데 도정은 없고 대권만 있는 것 처럼 비춰지는 것은 도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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