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단상] 부자유스러웠던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동양이나 서양, 먹는 것, 입는 것이 약간씩 다를 뿐 생각하는 것은 여기서 저기쯤. 파랗고 퍼렇고, 빨갛고 붉그스러울 조그마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여성들의 역할이 한 남자의 아내, 자식들의 어머니로서 제한돼 있던 시대가 불과 얼마 전이다.

자기인생의 주체(主體)가 될 수 없고, 모든 것이 객체(客體)의 입장에서 존재할 수 밖에 없었던 한편으로는 한없이 서글프고, 한없이 애석했던 우리들의 어머니! 이것도 동서양이 크게 다를 바 없다.

굴레를 과감히 떨치고 새로운 여성사(女性史)를 쓰게 만든 동기를 곧 잘 입센의 소설 ‘인형의 집’을 꼽는다.

소설 인형의 집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변호사의 아내 로라는 부러울 것 없는 여자였다.

자상한 남편과 씩씩하게 커가는 아이들, 그러나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듯 복은 한 곳에 모아주는 법이 없다.

그녀에게 단한가지 치명적(致命的)인 비밀이 있었는데, 남편이 깊은 병을 앓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죽은 친정아버지의 수표(手票)를 위조해 돈을 빌린다.

결국 이것을 알게 된 남편은 차짓 잘못하면 출세에 지장을 줄까봐 아내를 심하게 나무란다. 어찌어찌해서 그 수표를 돌려받고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되자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어찌 됐을까 이런 얄팍한 찬사를 보낸다.

그 과정에서 남편의 위선적(僞善的)이고 이기적인(利己的人) 태도에 실망한 우리의 주인공 로라는 어머니, 아내의 위치를 과감히 박차고 인간 자신을 찾기 위해 가정을 버리고 탈출 한다.

서구에서는 레이디퍼스트라고 신사인척하지만 민주주의의 확실한 대체 방법인 투표, 즉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것이 미국이 1920년, 영국이 일 년 빠른 1919년 이다.(참고로 우리나라가 1948년)

얼마 전 “김향랑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오페라가 공연한다고 거리에 포스터가 붙었다.

요즘 수능시험-과거의 예비고사시험에 자주 출제됐던 김소행(金紹行)의 한문소설 삼한습유(三韓拾遺)의 주인공 “김향랑”이 바로 오페라의 주인공이다.

인형의집 로라가 겹쳐 떠올랐다.

1814년에 쓰여 졌지만 시대적인 배경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소설 내용을 간단히 정리 한다.

신라의 양가(良家)에 태어난 향랑은 마음 붙인 정인(情人)이 있었으나 부모의 강권(强勸)에 의해 마음에도 없는 남자에게 시집을 갔으나 모진구박을 받고 친정으로 쫒겨 난다. 또 주위의 권유로 마지못해 재혼을 약속했으나 결혼전날 연못에 투신자살을 한다.

결국 옥황상제에게 청해 다시 태어나 첫사랑과 재결합을 하게 되고, 백제와 고구려가 신라와 싸울 때 신비한 계교를 내어 삼국통일을 하게 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옥황상제(玉皇上帝)와 김유신(金庾信), 공자(孔子)…. 하여간 다양한데 실사와 허구, 역사와 비역사의 교직(交織)!

치밀하고 기발한 작가의 구성에 문학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대단하다고 감탄을 자아낸다.

열녀와 현모양처로 내세웠던 유교사회가 시대를 소설로 조작(造作)한 냄새가 물씬 나지만, 시대에 맞는 윤리(倫理)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쯤해서 로라와 김향랑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사회의 규범(規範)에 반항하는 행동으로 로라는 집을 튀어나왔고, 향랑은 목숨을 내걸었다.

로라는 남편의 허식(虛飾)에 대한 불만이, 향랑은 수모와 구타 등 직접적인 억압을 받았고…, 정신적인 고문과 육체적인 고문으로 비교할 수 있다.

로라는 집을 나오는 것으로 소설이 막을 내렸지만 향랑의 이야기는 죽은 후에도 윤회(輪廻) 했다.

향랑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더욱 불쌍하다.

글재주 좋은 사람이 로라의 가정탈출 이후의 사건을 소설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김향랑을 아시나요” 오페라를 반드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 불쌍했던 어머니(여성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나대는 구나! 이런 생각이 나 뿐 일까? /김기한 F&B 교촌치킨 부회장·前 방송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