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단상] 지나친 것은 예의에 어긋나니…

 

사람을 평가하는데, 대부분(나를 포함) 참으로 인색(吝嗇)하다. 양복 품이 맞을 때는 기장 탓을 하고 품, 기장 모두 적당할 때는 때깔 탓을 한다.

사람은 좋은데, 지나치게 물러서 탈…, 사람은 치밀한데, 융통성이 없어서….

하여간 사람 평가할 때는 반드시 접속부사(接續副詞) 그리고(and), 그러나(but)를 꼭 끼워야 속이 시원하다.

어디 사방천지를 둘러봐라.

사람 좋고, 똑똑하고, 자상하고, 이해심 많고, 본시 물 좋고 정자(亭子) 좋은 곳 귀한 법이다.

최석채(崔錫采) 선생이라고 당대의 논객(論客)을 기억하시는지? 낙양(洛陽)의 지가가 아닌 조선일보의 지가를 올린분이다.

아마, 7080세대들은 이규태, 선우휘, 최석채 선생의 사설(社說)을 읽는 재미로 새벽을 기다리는 분이 많았을 것이다.

판단이 갈팡질팡일 때 그분들의 논리 정연한 사설(社說)을 읽고 생각을 가다듬곤 했는데….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개인적인 인연으로 가끔 최석채 선생을 모실 기회가 있었다.

어휘(語彙) 하나하나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면서 퇴고(堆敲)에 대한 설명을 자상하게 하셨다.

퇴고라 함은 사전(辭典)적인 의미로는 글을 지을 때 자구(字句)를 여러 번 생각해 고치는 일, 그리고 문장을 다듬고 어휘도 적절한가를 살피는 일을 말하는데….

민다는 퇴(堆), 두드릴 고(敲).

승퇴월하문(僧堆月下門). 스님 한 분이 달 빛아래 문을 밀고, 당나라 시인 가도란 사람이 시구를 짓고 친구에게 평가를 청하니 민다는 퇴(堆)보다 두드린다는 고(敲)로 바꾸는 것이 어떠냐고, 고민 하다가 결국은 “스님 한 분이 달빛 아래 문을 두드리니…” 여기에서 퇴고가 유래 됐다고 했다.

하여간 음식도 소식(小食)하시고 시간도 오래 걸려 겸상(兼床)을 하면, 일종의 고문(拷問)이었다.

돌아가시기 전 무덤을 초실할 정도로 수수하게 꾸밀 것과 망부석(望夫石) 작은 것 세우라고 누누이 당부를 했는데….

제막식(除幕式) 소식을 듣고 선산(先山)인 금릉군에 가봤더니, 커다란 거북이 위에 엄청나게 높은 비석을 얹어 놓은 것이 아닌가?

“상주들 나중에 저승가면 되게 혼날 것이다”. 이렇게 몇 사람 우스게 소리로 수근 됐는데….

몇 일전(前), 구미시 상모동 박 대통령 생가에서 추모 모임이 있었는데 현수막 사진을 보니…, 경축 박정희 대통령 93회 탄신제(誕辰祭) 라고 현수막이 붙어있는 것이 눈에 확 띄었다.

탄신이라….

임금이나 성인(聖人)이 태어난 날을 탄신이라고 하는데, 박 대통령이 분명 임금은 아니고, 성인의 반열(班列)에 오르기에는 아직 시간이 너무 이른 것은 아닌지?

세월이 한참 흐른 후 성인이라고 칭해야 시비 거리를 만들지 않는데, 아직 정적(政敵)의 직계(直系), 방계(傍系)들이 눈이 시퍼런데 자칫 잘못하다간 오히려 탄신이라는 단어로 시비를 불러 욕보일까 두려워 진다.

그리고 반드시 돌아가신 분 직함 앞에는 고(故)자나 전(前)자를 붙이는데, 기념사를 낭독한 시장은 이런 문제를 예상했는지 “위인(偉人)의 반열에 오른 분 이름 앞에는 고(故)자나 전(前)자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연설 했다.

구미시에서 표를 얻어 당선된 시의원, 도의원, 시장, 국회의원들이야 표를 의식해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식의 칭송을 해도 할 수 없지만….

과공(過恭)은 비례(非禮),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 우리가 이 정도 행세하는 것이 박 대통령이 은덕(恩德)이라는데, 부정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심지어 정치적 소견(所見)을 달리하는 사람들조차 “국가의 발전에 공로가 있었지만, 민주주의가 어떻고…”, 하면서 평가에 약간의 단서를 붙이지만, 큰 틀에서는 모두 인정을 한다.

사람의 평가에서는 ‘그리고, 그러나’ 등의 이런 부사를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너그러워야 한다. 특히 돌아가신 분에게는!

그러나 과공은 비례…, 지나친 것은 예의에 어긋나니….

옛날 어르신들 말씀이 지나치게 틀린 것 없다. /김기한 F&B 교촌치킨 부회장·前방송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