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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정치권 정말 객토(客土)가 필요한가

 

대형사고가 터지면 꼭 현장에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정치인이다. 이들이 그곳에 가는 이유는 단지 언론보도를 위해서가 대부분이다. 정치인이 현장에 있다고 해서 당장 해결될 일은 없다. 그러나 이들은 융성한 대접을 받으며 현장에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진다. 국민을 위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한명도 없는것 같다.

북한의 포격 도발로 군인과 민간인이 숨지고 민가지역이 아수라장이 된 연평도에도 예외는 없었다. 북한의 포격을 맞아 정신이 하나도 없는 바로 다음날인 24일 소위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사람들이 회의장소를 연평도로 옮기기라도 한듯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연평도에 들어갔다.

오전 시간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첫테이프를 끊었다. 곧이어 오후에 뒤질세라 민주당 손학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나타났다. 거의 같은 시간 연평도 주민들은 포격을 맞은 연평도를 떠나기 위해 콩나물 시루같은 여객선을 타느라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 여야 거물 정치인들은 국방부가 제공한 헬기를 타고 한가롭게 연평도에 들어왔다. 이들은 폐허가 된 연평도 상공을 지나며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수습하던 군관계자나 공무원들은 이들을 수발하느라 시간을 쪼개야 했다. 오죽했으면 정치권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을까.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국회 예결위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3당이 굳이 각자 연평도에 갔어야 했냐. 솔직히 말해 언론플레이”라며 “입맛 열면 국민, 국민하는 정치권과 국회의 이런 행태에 대해 자괴감과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발언했다.

한때 김황식 국무총리의 현장 방문이 추진됐으나 정치권의 줄줄이 방문으로 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27일 연평도 피란민들이 모여있는 인천 중구 인스파월드를 김황식 총리가 깜짝 방문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주민들을 격려한다고 방문한 시간이 고작 10분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연평도 주민들은 국무총리가 온다는 말에 정부의 대책 방안 등을 물어보기 위한 질문까지 준비했었다. 정부가 연평도 주민들을 대하는 한 단면을 보았다며 씁쓸해 하고 있다. 정치권 망언의 극치는 송영길 인천시장의 입에서 나왔다. 연평도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면으로 되어 있다. 기초자치단체인 옹진군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광역단체인 인천광역시장인 송영길 시장의 관리영역에 속해있어 피습과 복구에 직접적인 상급기관장의 자격을 지니고 있다.지난 24일 송 시장은 연평도 현지를 방문했을때 연평도의 한 가게 앞에서 폭격으로 그을음을 뒤집어쓰고 있던 소주병을 들면서 “어 이거 진짜 폭탄주네”라는 망언을 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이에 송영길 시장측은 그날 동행한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이 피해를 입은 구멍가게에서 불에 그을린 맥주병을 보고 “술이 아직 남아 있네”라고 하자 “놔두면 폭탄주가 되겠군”이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송 시장의 폭탄주 발언이 어떤 의도된 발언이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피격으로 국민적 상실감에 젖어 있는 상황에서 사건 현지에서 사용한 폭탄주라는 발언은 경솔한 것이다.민주당도 27일 자당 소속 송 시장의 ‘폭탄주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난에 “흠집내기식 정치공세”라고 반박하고는 있지만 당내 486 차세대 주자 중 한 명인 송 시장이 북한의 무력 도발 이후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자 내심 당혹해 하고 있다.

정치인의 황당 스토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한 공황상태에서도 지난 26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여야 모두 합심이 돼 만장일치로 국회의원 세비를 5.1% 인상하는 국회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국회의원 세비 인상에 대해선 모처럼 ‘의기투합’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경기도의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북한의 도발로 비상근무 중인 도내 34개 소방서 가운데 접경지역 소방서를 포함한 12개 소방서의 서장들에게 24일 이날 오전 10시에 열리는 상임위원회 회의에 출석하도록 통보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 24일 국회 운영위 두 정치인의 말을 들어보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정부와 국회와 교량이 되실 분이 ‘여의도 정치권이 객토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특임장관이 할 일이 아니다”. 이재오 특임장관 “여의도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정치는 분명 지력(地力)을 다한 것 같다. 이젠 객토(客土)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한 것은 특임장관의 업무상 한말이 아닌 정치인의 개인적 소신이다”./안병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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